이번 설 만큼 심적으로 팍팍한 적도 없었던 듯 싶다. 세계적 불황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짧은 연휴에 쌀쌀한 날씨마저 한 몫 했다. 하지만 이러한 난관도 부모님과 일가친척,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꺾기는 어려웠다. 특히 오랜만에 조카들을 본다는 기쁨은 몰라보게 자란 그들의 키만큼이나 컸지만, 그들이 삼촌을 대하는 태도는 예상을 벗어났다. 10여 명이나 되는 조카들은 삼촌에 대한 관심보다는 하나같이 SNS(카카오톡)에 몰입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과 장난을 치며 뛰어놀던 모습은 아득한 옛 이야기에 불과했다. 간혹 짧은 음악만 들릴 뿐 절간 같은 정적 속에 엄지만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카톡 가입자 수는 이미 50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카톡을 대신했던 문자메시지는 한 건당 20원 가량 사용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카톡은 무료일 뿐 아니라 다양한 아이콘이나 동영상 파일 전송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다. 학생들이 카톡에 깊이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이 친구를 왕따 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카톡에서 벌어지는 왕따는 포괄적으로 사이버 왕따(Cyber Bullying)에 포함시킬 수 있다. 사이버 왕따는 따돌림을 받는 친구의 미니 홈피나 카톡 등을 통해 욕설이나 험담 등을 하며 사이버상에서 괴롭히는 것이다. 한 학생에게 무차별적으로 악성 댓글을 달거나 단체 채팅방에서 욕하고 무시하며 고의적으로 친구 맺기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등의 행위다.

사이버 왕따는 실제 공간에서 벌어지는 왕따와는 다르다. 학교에서의 왕따는 학생이 귀가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종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이버 왕따는 시공간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 학생의 고통도 그만큼 심각하다. 견디지 못한 학생들이 자살했다는 보도도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 가이드북을 발간했지만 사이버 왕따는 유형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 대안이 없다.

첫째, 학생들에게 사이버 예절 교육을 제대로 시켜 사이버 왕따도 엄연히 범죄 행위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겠다. 둘째, 피해 학생이 곧바로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이버 왕따 전용 전화선을 구축해야 한다. 이 전화로 피해 학생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사이버 왕따 학부모 감시단을 조직, 민간의 자율적 동참을 유도한다. 민간단체의 활동으로 사이버 왕따를 사회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 넷째, 교과부는 사이버 왕따 피해 학생 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 규모와 확산 속도를 관찰하고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이버 왕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예방 교육이다. 아울러 교사들은 사이버 왕따 유형과 대안 및 관련 법적 지식을 숙지해야 하며 사이버 왕따를 금지하는 학교 조례도 신속히 제정돼야 할 것이다.



/김재국 세광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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