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처장 원직복직에서 불거진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고 내부문서 유출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파국으로 치닫던 청주상공회의소 사태가 일단락됐다. 오흥배 회장과 부회장단, 상임의원, 감사 등 집행부 19명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전원 사퇴했다. 오 회장 사퇴에 따라 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기구인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비대위원장은 만장일치로 최연장자인 양근성 ㈜남청주가스 대표가 선임됐다.

양 위원장은 내부 의원들로 9명의 비대위원을 구성해 25일 후임 회장 선출 등 청주상의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 뼈를 깎는 자성 필요


조만간 새 집행부가 탄생한다. 이를 계기로 청주상의가 뼈를 깎는 자성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오 회장은 지난 21일 라마다플라자 청주호텔에서 열린 청주상의 의원총회에서 "50만 원짜리 저녁을 먹고 100만 원짜리 카드결제를 하는 관행이 20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며 "이를 바로잡으려다 발목이 잡혔다"고 말했다. 이 처럼 오 회장은 수차례에 걸쳐 청주상의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했다.

진위를 떠나 진지하게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그의 말처럼 개혁과 변화의 메스를 꺼내들었는데 일부 세력의 저항에 부딪쳐 좌절한 것인지 일부의 주장대로 그의 '망상과 독단'이 이번 사태의 원인인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만 투명한 상의로 거듭 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안이라도 해도 급진적이고 조직원 동의 없는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교훈이다.

오 회장은 "이 전 회장의 출장여비 집행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외부 공론화가 필요했다"고 내부자료 유출을 시인했다.

이 발언은 한 처장의 부당전직으로 촉발된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상임의원들과 직원들을 중심으로 내부에서 해결해도 될 일을 외부로 유출해 망신을 자처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확산됐다.

내부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던 직원들도 등을 돌리면서 오 회장이 의도했던 개혁은 결국 실패했고 자진사퇴하는 원인이 됐다. 94년 역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청주상의 사태는 수습국면에 들어섰지만 오 회장 취임 이후 1년간 갈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신과 반목이 판을 치면서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겼다. 비대위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의의 갈등을 하루빨리 봉합해야 한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후임 회장을 추대해 검증작업을 거쳐 임시의원총회에서 선출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 될 수 있다. 한 처장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갈등의 근원들이 모두 상의를 떠나 상의가 새롭게 비상할 수 있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 변화·개혁 실천해야


지역경제계와 충북도민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다. 그동안 청주상의 스스로 실추한 명예와 권위 회복이다.

이번에 선출되는 새로운 청주상의 회장은 변화와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 그게 누구이든 시대적 숙명이다.

청주상의가 명실상부한 상공인의 대표조직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능희 편집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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