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2주일이 됐다. 그런데 아직도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장관을 제때 임명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 대통령이 취임했는데 장관을 임명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가. 한심한 일이다.

이는 전적으로 정치권의 책임이다. 여·야 협상력의 부재에다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욕심에서 비롯되고 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가. 협상을 통해 합의를 시도하고 이것이 어려우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같은 민주주의 원칙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이같은 사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국회가 왜 이 모양인지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미래과학창조부를 신설하여 ICT(정보통신) 산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핵심은 방송과 통신의 결합이다. 그런데 야당은 미래부에 방송 기능의 이전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방송 장악 의도가 있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방송이 미래부로 이전한다해도 일부만 이전하는 것이어서 방송을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할 의도도 전혀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누가봐도 대통령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미래부를 신설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방송 장악을 통해 얻을게 무엇이겠는가. 국가 미래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는 것인데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니 대통령으로서 답답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급기야 지난 4일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했다. 그는 "미래창조과학부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며 "그동안 야당이 우려하는 대표적인 사안을 많이 받아들였고, 그 결과 많은 부분에서 원안이 수정돼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만 남겨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보할만큼 양보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한발 물러서주기를 바란다는 강력한 메세지였다. 그러나 아직도 민주당은 양보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정부의 조직개편이 되지 않아 행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치권이 기득권을 버리지 못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꼴이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인지 정당을 위해 있는 것인지 참으로 의심스럽다.

민주당은 먼저 정부조직 개편에 협조하여 새 정부가 정상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후 행정을 잘못하면 강하게 질타하고 잘못을 바로 잡는데 노력하기를 바란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리고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민주당이 이제와서 정부 발목잡기에 급급한 것은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정치권 어느 누구도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내정됐던 김종훈씨가 후보직을 사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인재를 정치권이 차버린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조직 개편안에 협조 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정부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조무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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