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 배 한건복지재단 설립자(한국종합건설 대표)
건설협회 충북도회 회장과 한국종합건설 대표를 맡고 있는 김경배 회장(57·사진)은 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김 회장은 건설인로서 어려웠던 시절을 지나 현재는 회사를 충북 지역 도급 순위 10위권 내의 대표적 건설사로 자리매김시켰다. 이런 김 회장이 최근 지역 사회에 뜨거운 주목을 받는 사건이 있었다.형편이 여의치 않은 어르신들과 소년·소녀 가장, 장애인, 복지시설을 돕기 위해 설립한 사회복지재단(한건복지재단)에 무려 50억 원의 사재를 쏟아 부은 것이다.김경배 회장을 만나 사재 출연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철학과 평소 사회 복지에 대한 소신을 들어봤다.
△적지 않은 금액인데, 50억 원이라는 큰 돈을 내놓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건설업에 종사하기 전부터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고생도 많았다. 기업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하다보니 어느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혼자만의 힘으로 됐다고는 보지 않는다. 지역 사회의 많은 이들이 독려해 준 덕분이라 여기고 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은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로마시대 초기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시대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전통이 로마를 고대 세계의 맹주로 만든 밑거름이 됐다. 근대와 현대에 와서도 도덕의식은 계층간 대립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고 국민을 통합하는 요소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소셜포지션(social position)이 달라졌다고 해서 자만하거나 타인을 함부로 무시하는 자세를 보이면 안된다는 것이 평상시 소신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
△처음 한건복지재단을 설립할 때 20억 원을 출연했다. 그 뒤 10년에 걸쳐 헌납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지난 2003년 20억 원을 출연한 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해마다 3억 원씩을 냈고 2009년 10억 원, 2011년 3억 원, 올해 1억8000여만 원을 더해 50억 원을 출연했다. 알다시피 지난 10여년간 국내 건설 경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도 재정난을 이유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줄였고 건설사 수는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과당 경쟁 체제가 돼 버렸다. 그러면서 건설사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 등 현재까지도 그 어려움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종합건설도 이런 풍파속에 만만치 않은 시련을 겪은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회적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었다. 좀더 빨리 출연금을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 오히려 아쉬울 따름이다. 이제라도 지역 사회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 사회복지재단을 고려한 이유가 있는가.
-한국은 전란 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며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했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국민 생활수준도 크게 향상됐다. 그러면서 사회복지부문도 선진국과 같은 기본 틀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 등 다양한 사회구조 변화로 인한 사회 문제가 여기저기서 발생하면서 사회 복지 수요는 오히려 더 크게 늘어났다. 아직까지 한국이 선진복지국가로 진입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본다. 국가 전체적인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작지만 지역사회에서나마 복지의 그늘에 있는 이들의 버팀목이 돼 준다면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고령화 사회 속에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어르신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와 함께 불우 장애인들과 복지시설, 소년소녀 장애인들을 돕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묵묵히 고생하는 공직자와 봉사자들을 찾아내 공로를 치하해 주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한건복지재단이 소리없이 사회 사업을 진행해 그간 봉사한 내용을 모르는 이가 많다. 간략히 소개해 달라.
-한건복지재단은 지역 언론계의 어른인 이상훈 충북지역개발회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충북은행 지점장을 역임했던 민병국 사무총장이 주된 업무를 수행 중이다. 여기에 자원봉사자들이 대가없이 숨은 봉사를 하고 있다. 가장 큰 사업으로는 지역 어르신들을 모시고 진행하는 해외문화효탐방이다. 해마다 각 지역별로 해외 방문 경험이 거의 없었던 어르신들을 위해 모든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문화탐방 프로그램에는 특히 70세 어르신들을 위한 칠순잔치를 해주고 있는데, 그 시간에는 그야말로 눈물의 장이 된다. 어르신들은 고마움에, 자원봉사자들은 부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 모두 눈물을 흘린다. 여행 후 복지재단에는 어르신들의 감사 편지가 많이 전달되기도 한다. 한건복지재단은 이밖에도 수시로 불우이웃, 불우노인, 불우시설 지원과 불우 청소년, 소년소녀가장 지원, 경로당유류비지원, 불우이웃성금 등을 하고 있다. 또 지역 사회의 알려지지 않은 우수봉사자와 공무원에 대한 시상을 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한건복지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생략하고 불우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오송뷰티박람회를 관람할 수 있도록 입장권(1000만 원)을 기탁했다.
△기업인들과 지역민들에게 어떤 걸 당부하고 싶은가.
-변화하는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우리 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고 본다. 많은 기업인들을 비롯해 고위층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실천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이라고 여겨진다. 더 많은 지역 사회의 리더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동참해 지역 발전의 큰 바탕이 됐으면 한다.
지역민들도 이런 노력들에 대해 많은 애정과 격려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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