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LCD 편광필름 세계 MS시장 잡는다
기업의 경쟁력은 시장과 사회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과거 권위주의적 사회 체제에 익숙했던 일부 기업들은 정치자금을 건네며 '정-경유착'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지만 오늘날 한국사회는 이런 '관행'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결국 많은 기업들이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을 제시하며 가버넌스의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300대 기업의 1/3 정도가 윤리강령이나 행동강령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입주한 에이스 디지텍(대표 동현수)도 기업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올 3월 삼성 제일모직에 편입되면서 철저한 기업경영 이념으로 세계시장에서 손색없는 기술력을 중무장하고 있다. 오창산단의 기업문화를 선도해가고 있는 이 업체를 찾았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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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에이스 디지텍 전경. |
순수 국내기업으로 시작한 기업
lcd 모니터의 색상을 발현해내는 편광필름은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적기에 대응하는 기술력이 최대관건이다. 광학설계기술, 광학 특성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자 레벨에서의 배향도를 좌우하는 연신 및 라미네이션 기술과 제품의 적용시 제반특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점착제 및 점착제 코팅기술 등 다방면 복합기술이 요구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1988년 kpf로 첫발을 내디딘 에이스 디지텍은 세계 초일류 기업을 표방하며 휴대폰이나 컴퓨터, 노트북, tv 모니터에 필요한 lcd 편광필름을 생산하고 있다.
순수한 국내자산으로만 설립된 이 업체는 2003년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중소형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모니터와 tv 대화면의 tft lcd용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독자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이같은 노력은 화학소재와 전자재료 분야 확장을 계획하고 있던 삼성의 눈에 띄었고 결국 올해 초 59번째 삼성계열사의 반열에 올랐다. 제일모직이 800억여원을 투자해 이 회사를 인수합병한 것이다.
삼성이 이들에 대한 인수를 결심한 건 무엇보다 자체보유하고 있는 편광판 양기술과 접목해 세계 초일류의 lcd 소재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냉철한 판단과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백라이트유닛(blu)의 기술력으로 세계의 이목 집중
최근 대형 tv 및 모니터 등 평판 디스플레이의 적용이 급격히 가됨에 따라 lcd 시장은 연평균 14%의 높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에이스 디지텍은 2010년까지 세계 3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이스 디지텍은 이를 위해 우선 삼성전자, 제일모직 등 계열사와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추진, 통신기술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핵심기술역량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신공정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의 양산기술력을 보유함은 물론 고객 눈높이에 맞는 품질체계를 구축해 품질초일류화를 달성, 글로벌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날로 변화하고 있는 시장흐름을 예민하게 짚어내고 있다.
특히 집중생산하고 있는 tft lcd편광필름은 백라이트유닛(blu)에서 방출된 빛을 특정방향으로 투과·흡수하는 기능을 하며, 전체 모듈 제조원가의 8~9%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 전체 시장규모가 조만간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는 등 유망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결국 2010년 매출 1조3000억원, 세계 tv용 편광판 m/s 2위를 달성하고 중국과 유럽, 북미 등 글로벌 생산거점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lcd 편광필름 부문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lg필립스, 일본의 니토덴코 등과의 경주도 가능하다.
'비전 2010' 수립, 연매출 1조원 넘어설 것
에이스 디지텍은 오창산단 내에 9만9000㎡의 부지를 마련하고 그중 절반가량인 4만6000여㎡에 2개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제1라인(1만9500여㎡)은 폭 1330㎜의 기계에서 매월 140만세트씩 연간 1700만세트의 노트북 모니터, tv, 모바일용 17인치 모니터에 들어가는 편광필름 1700만세트를 생산하고 있으며 제2라인(1만6800여㎡)은 1라인보다 넓은 1485㎜ 폭의 필름(17인치 모니터 제작 가능) 매년 2000만세트씩 생산하고 있다.
이 업체의 연간 매출은 삼성 인수합병 이후 놀라울 만큼 신장되기 시작한다. 올 1~9월까지 매출량은 3988세트, 444억원(해외수출 265억원, 내수 179억원)이던 것이 지난 한달동안 199억원(해외 97억원, 내수 12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흑자로 전환됐다. 이달 231억원(3035세트)에 이어 12월에는 289억원(3035세트)의 매출액 신장을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에이스 디지텍의 '괴력(?)'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은 사업계획에서 출발한다.
올해 기존 업체를 인수합병한 만큼 말까지 회사 안정화에 주력, 연간 1000억 매출을 세워놓고 있다. 현재 고용인원은 670여명으로 2개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2010년은 '도약기'로 정했다. 7000억 매출에 890명까지 직원을 늘리고 3,4라인을 증설.가동할 계획이다. 현재 추세로 볼 때 2009년이면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후에는 세계 일류화가 가장 큰 목표다. 매출액 1조를 넘어서며 세계 m/s 시장의 15%를 장악한다는 목표다. tv용으로는 세계 2위, 모니터용으로는 세계 3위로 우뚝서겠다는 전략. 총 7개라인까지 갖추고 직원수도 1000명까지 늘려갈 예정이다.4~7라인까지 4개라인의 후공정 작업은 중국 현지공장을 건립하는 등 차근차근 사업확장을 준비해 가는 치밀함이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성아기자 yisunga@
<회사연혁>
1988. 11. 'kpf'로 회사 설립
1995. 08. 새한에서 인수, (주)에이컴으로 상호변경
2000. 03. 오성 lst에서 인수, (주)에이스 디지텍으로 상호변경
2003. 01. 코스닥 등록
2004. 07. 대형제품 생산을 위한 오창공장 건설 및 시생산
2004. 03. 삼성 제일모직에서 인수, 삼성의 59번째 계열사
미니인터뷰/ 안재현 에이스 디지텍 상무이사
잘못 인정하는 솔직함이 진정한 기업인
"한바탕 홍역을 치렀지만 저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의 도덕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안재현(47) 에이스 디지텍 상무는 얼마 전 오창과학산단 내 발생한 악취소동 이후 관심분야가 환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제일모직에서 인수합병을 위한 실사팀으로 활동한 이후 인수팀으로 활동하다가 올 3월 실질적 경영관리를 위해 내려왔다. 실사 담당자가 회사에 대해 가장 잘 안다는 제일모직 경영팀의 판단이 그를 오창으로 끌어내렸다.
악취문제는 필름 생산업체로서는 무심코 지나치던 부분이었다. 물론 이번 악취는 에이스 디지텍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주변 비슷한 업종의 공통문제였고 여기에다 인근 축사와 쓰레기소각장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행정기관에서 조사가 나왔고 솔직하게 시인했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약품 등을 사용하는 저희 기업에서 약간의 냄새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죠. 그러나 그 안일함이 주위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깨달았고 해결책을 찾는데 부심했습니다. 그것이 기업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악취를 없애는 방법은 의외료 간단했다. 약품의 냄새를 흡입시켜 완전연소를 시키면 해결이 가능했다.
소각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회사 설립당시에는 꽤 큰 규모였다. 그러나 생산라인이 증설되면서 이 시설은 협소해지기 시작했다. 4억원씩 총 8억원을 투자해 소각로 시설 2개를 증설했다. 현재 배출되는 폐기물의 5배 이상의 용량이다.
모두가 부인하며 발뺌하기에 급급할 당시, 에이스 디지텍의 솔직한 시인과 발 빠른 대안모색은 오늘날 건전한 기업의 표본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이성아기자 yisung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