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도 온몸으로 즐겨라
낙타의 눈을 보면 세상을 달관한 듯하다. 긴 눈썹이 천천히 오르락내리락하며 눈을 덮었다 열었다 하는 것이 마치 구름에 올라 앉아 이리저리 자유자재로 노니는 선인의 그것과 아주 흡사하다. '세상살이 별 거 아니야, 너무 동동거리지 말게. 그 끝엔 이런 게 있지.' 라고 하며 한쪽 눈을 찡끗할 것 같다.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열기 속에서도 입술 한 번 축이지 않고 묵묵히 걷는 모습은 열흘쯤 금식하고도 끄떡없는 근엄하고 경건한 목사님이다. 발을 델 것 같은 모래 위를 느긋하게 걷는 품은 참으로 군자 같기도 하다. 군자는 장대비가 와도 뛰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속내는 다르지만 흡사 그와 같이 의젓하고 품위 있게 걷고 또 걷는다. 그러나 낙타가 극한 지방인 사막에서 늘 천천히 걷는 이유는 키가 약 2m, 몸무게는 자그만치 680㎏까지 나가는 큰 덩치로 급한 마음에 뛰기라도 했다간 뜨거운 태양 아래 체온이 급상승하여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교육 위해 목숨 걸어야
그런데 이 낙타가 뛰는 경우가 있다. 부라리듯 눈을 크게 뜨고 입에는 거품이 줄줄 흐르도록 달린다. 우아하던 긴 다리도 커다란 혹 때문에 휘청거리면서 곧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체면이 영 말이 아니게 허겁지겁 뛴다. 마치 양반이 유부녀를 겁탈하려다가 그의 남편에게 들켜 흘러내리는 바짓가랑이를 두 손으로 움켜잡고 개구멍을 빠져 나와 골목길을 내달리는 형국이다. 갓은 비뚤어지고 저고리 고름은 뜯어지고 신발 한 짝은 어디 갔는지 버선발로 내닫는 모습, 바로 그렇다. 최대 시속 64㎞. 그 큰 낙타가 목숨을 걸고 이렇게 달리는 이유는 단 하나, 자기 새끼를 사람이 차에 태워 앞서 달릴 때이다. 자식 앞에서 부모는 모든 체면을 포기하는 것이다. 누구나 목숨 걸고 뛰어야 할 이유 하나씩은 있다. 교사는 교육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진정한 교사는 학생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야 한다.
/이진영 매포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