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는 거의 사막에 산다. 심한 모랫바람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눈썹과 눈두덩은 길고 두텁다. 허파를 보호하기 위해서 코에 근육이 있어 모래가 들어오는 것을 막으며, 두꺼운 가죽과 털은 낮의 태양과 추운 밤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뜨거운 모래 위를 걸을 수 있도록 넓은 발굽을 가지고 있다. 또한 물을 마시지 않고 오랜 기간 살 수 있으며, 등에 있는 두 개의 혹 육봉에는 많은 지방이 저장되어 있어 음식을 섭취하지 못할 경우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긴 다리를 이용하여 푹푹 빠지는 모래 위를 휘적휘적 잘도 걷는다. 세상사에 쫓겨 종종 걸음을 치는 우리와 달리 자기를 괴롭히는 역경도 온몸으로 견뎌내는 철학자 같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지평선을 쳐다보며 어쩌면 발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요지경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역경도 온몸으로 즐겨라


낙타의 눈을 보면 세상을 달관한 듯하다. 긴 눈썹이 천천히 오르락내리락하며 눈을 덮었다 열었다 하는 것이 마치 구름에 올라 앉아 이리저리 자유자재로 노니는 선인의 그것과 아주 흡사하다. '세상살이 별 거 아니야, 너무 동동거리지 말게. 그 끝엔 이런 게 있지.' 라고 하며 한쪽 눈을 찡끗할 것 같다.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열기 속에서도 입술 한 번 축이지 않고 묵묵히 걷는 모습은 열흘쯤 금식하고도 끄떡없는 근엄하고 경건한 목사님이다. 발을 델 것 같은 모래 위를 느긋하게 걷는 품은 참으로 군자 같기도 하다. 군자는 장대비가 와도 뛰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속내는 다르지만 흡사 그와 같이 의젓하고 품위 있게 걷고 또 걷는다. 그러나 낙타가 극한 지방인 사막에서 늘 천천히 걷는 이유는 키가 약 2m, 몸무게는 자그만치 680㎏까지 나가는 큰 덩치로 급한 마음에 뛰기라도 했다간 뜨거운 태양 아래 체온이 급상승하여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교육 위해 목숨 걸어야


그런데 이 낙타가 뛰는 경우가 있다. 부라리듯 눈을 크게 뜨고 입에는 거품이 줄줄 흐르도록 달린다. 우아하던 긴 다리도 커다란 혹 때문에 휘청거리면서 곧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체면이 영 말이 아니게 허겁지겁 뛴다. 마치 양반이 유부녀를 겁탈하려다가 그의 남편에게 들켜 흘러내리는 바짓가랑이를 두 손으로 움켜잡고 개구멍을 빠져 나와 골목길을 내달리는 형국이다. 갓은 비뚤어지고 저고리 고름은 뜯어지고 신발 한 짝은 어디 갔는지 버선발로 내닫는 모습, 바로 그렇다. 최대 시속 64㎞. 그 큰 낙타가 목숨을 걸고 이렇게 달리는 이유는 단 하나, 자기 새끼를 사람이 차에 태워 앞서 달릴 때이다. 자식 앞에서 부모는 모든 체면을 포기하는 것이다. 누구나 목숨 걸고 뛰어야 할 이유 하나씩은 있다. 교사는 교육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진정한 교사는 학생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야 한다.



/이진영 매포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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