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형동물이라고 있다. 몸이 납작한 형태를 가진 탓에 편평하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호흡기, 골격계, 순환계가 없는 하등생물이며 흡충류, 촌충류가 여기에 해당된다. 신체구조로 보아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없기에 다른 생물에 기생하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하여 양돈 농가를 애태우고 있다. 이 와중에 촌충 감염사례가 언론에 보도되어 돼지고기 먹기가 불안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대부분 해외여행 중 덜 익은 고기를 먹고 감염되었다고 하나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어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촌충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돼지에서 발견되는 갈고리촌충(유구조충), 또 하나는 소에게서 발견되는 민갈고리촌충(무구조충)이다. 갈고리촌충의 알이 사람에게 감염되면 체내에서 부화된 유충이 각종 장기로 이행하면서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에 반해 민갈고리 촌충은 체내에서 부화할 수 없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1970년대만 해도 촌충증은 일상이었다. 고기를 통해서도 감염되고 인분을 뿌려 키운 야채를 먹고 감염되기도 했다. 촌충을 없애겠다고 휘발유를 먹거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분변검사를 하여 구충제를 나누어 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현대 축산업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그때와 판이하게 다르다. 돼지는 위생적인 환경에서, 열처리된 사료를 먹고 자란다. 또한 프로그램에 따라 정기적으로 구충하므로 지금은 돼지고기를 통해서 감염될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갈고리촌충에 감염된 돼지는 도축검사 과정에도 쉽게 발견된다. 피막에 덮힌 알을 유구낭충이라고 하는데 근육에 쌀알처럼 박혀있다. 그러므로 도축장에 배치된 검사관(수의사)이 발견하면 불합격 폐기한다. 따라서 국산 돼지고기를 먹고 감염되는 것은 과거에만 위험했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수입 돼지고기 또한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의 위생조건으로 사육하는 나라에서만 수입하여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촌충에 감염된 사람의 인분으로 재배한 야채에 알이 묻어서 감염될 수도 있으나, 이 또한 인분을 직접 사용하는 농업은 사라졌으니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문제는 드물게나마 촌충에 감염된 환자가 나온다는 것이다. 대부분 아프리카, 동남아 등과 같은 축산후진국을 여행 후 발생한다고 한다. 현지에서 덜 익은 삼겹살을 먹거나 비위생적으로 생산된 야채를 먹고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야생 멧돼지를 주의해야 한다. 야생동물 밀렵도 문제지만 덜 익히거나 생식할 경우는 촌충의 위험성을 기억해야 할 일이다. 공식적으로는 1990년을 마지막으로 돼지촌충 감염사례는 없다. 그러나 이런저런 감염경로가 있다 하니, 축산물을 가장 안전하게 소비하는 방법은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다. 또한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방역에 철저함을 기울인다면 국내산 축산물을 즐겨먹는 소비자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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