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의욕이 왕성한 사람은 적절한 모험을 즐긴다. 기업분야나 학문분야를 막론하고 크게 성취를 이룩한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특징의 하나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지나간다는 조심성과 안일한 방법만 가지고는 커다란 성공을 거두기가 어렵다. 어느 정도의 모험이 필요한 것이다. 성취 의욕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의 특징을 비교한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가 있다.

성취 의욕이 높은 어린이와 낮은 어린이를 동수(同數)로 하여 두 집단을 편성한 다음 고리던지기 게임을 시킨다. 이 게임은 일정한 거리에서 고리를 던져서 막대에 고리가 걸리면 점수를 얻게 되는 것이다. 막대에서 던지는 곳에 일정한 간격으로 거리를 표시하고 막대에서 가까운 거리일수록 점수는 낮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먼 거리일수록 고리가 막대에 걸릴 확률은 적지만 걸리기만 하면 한꺼번에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몇 번 연습을 시킨 다음 한 사람이 열 번씩 던져서 점수를 계산하기로 하고 시합을 시작하였다.

그랬더니 성취 의욕이 낮은 어린이는 아주 가까운 거리를 선택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요행을 바라는 생각에서 아주 먼 거리를 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비해 시합에서 이기려는 의욕이 높은 어린이는 자기 능력에 비춰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택하더라는 것이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결과는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시사해 준다. 모든 일에 있어서 의욕이 왕성한 사람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안일한 방법을 택하지 않고 약간의 모험이 포함되더라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해결에 나선다는 점이다.

이 고리던지기 연구에서 발견된 또 한 가지는 고리를 던져서 실패했을 때 의욕이 왕성한 어린이는 거리를 조정해서 고리가 막대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을 높이려고 다음번에는 좀 더 가까이 접근하는 일이 있었는데 요행만을 바라는 어린이는 열 개의 고리를 모두 똑같은 장소에서 던지더라는 것이다. 성취동기가 높은 사람은 한번 실패한 것을 다음에 반영하는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의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즉 매사에 의욕이 있고 다른 사람보다 높은 수준의 어떤 성취를 이룩하는 사람은 항상 호기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모험을 하고 한 번의 실패를 다음 일의 거울로 삼는 이른바 실험정신이 충만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호기심에 충만하고 모험을 즐기는 실험정신을 키우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예를 들어보지만 그는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 성적이 좋지 못하고 심지어 낙제까지 한 일이 있다. 그의 아버지 헤르만 아인슈타인은 전기 상회를 경영하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인해 가정에는 어느 정도이 과학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는 하였다. 아인슈타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과대학에 진학하려 하였으나 합격하지 못하여 다른 대학으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형편이었지만 그는 이론물리학자로서 최고 권위에 오르게 되었다. 그는 만년에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호기심이 많았고 지적 탐구를 위한 모험을 즐겼을 뿐이다.” 아인슈타인은 어려서 학교공부를 잘하지 못했지만 남달리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에 학교 공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질문을 자주 연발해서 부모를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실험정신이 높았고 부모는 모험을 즐기는 이 실험정신을 계속해서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유태 사회에서는 어린이의 실험정신을 키우는 것을 어머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는 어머니가 어린이의 호기심을 자극해주고 어린이들의 지적인 모험심이 손상 받지 않도록 계속 격려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아침저녁으로 식탁에 오르는 음식물은 어린이의 실험정신을 키우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들은 되도록 매일 똑같은 메뉴를 택하지 않는다. 그 대신 새로운 반찬을 실험적으로 만들어 보인다.

비록 맛은 덜할는지 모르나 새로운 요리를 실험삼아 만드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유태의 요리는 맛보다도 종류가 많은 것 같다. 그들이 세계 각지로 흩어져 살아왔다는 데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다른 나라의 요리와 가미한 요리의 종류가 비교적 많다. 물론 요리의 천재적 재능이 있는 중국인에게는 당할 수 없겠지만 그런대로 이태리식 유태요리, 프랑스식 유태요리, 남미식 유태요리 등 제법 종류가 다양하다.

어린이의 실험정신을 키우기 위하여 반드시 매일 새로운 요리를 장만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음식을 실험적으로 만드는 것을 어린이에게 보여주는 일이 그들의 실험정신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의 식생활은 너무나 단조로운 것 같다. 대개는 늘 정해진 음식이 식탁에 올라온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실험정신이 좀 부족하다고 할까! 실험적으로나마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것을 보기 어렵다. 밥은 왜 잡곡하고만 혼합해서 지어야 하는가? 다른 재료를 섞은 여러 가지 종류의 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김치밥이나 콩나물밥이 있기는 하지만 시금치 밥이나 양송이밥 같은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여러 가지 야채를 섞은 밥은 어떨까?

물 대신 장국을 바탕으로 한 밥도 가능하지 않을까? 밥과 치즈나 햄을 섞어서 어떤 요리를 만들 수는 없을까? 생각하면 밥 한 가지만 가지고도 여러 가지 종류를 실험적으로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에게 실험정신을 기대하자면 먼저 어머니가 실험정신을 발휘해야 할 일이다. 적절한 지적 모험과 왕성한 실험정신. 그것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특히 필요한 정신이다. 이 정신의 육성을 위한 어머니의 적절한 역할이 요망된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