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의지를 가진 사람은 일을 하다가 어떤 어려움에 당면하게 되면 좌절하지 않고 불굴의 정신으로 이를 극복하는 용기와 끈기를 보여준다. 이를 가리켜 성취동기(成就動機)가 높은 사람이라고 심리학에서는 말한다.

성취동기란 주어진 과업(課業)을 다른 사람보다 더 훌륭하게 달성하려고 하는 의욕을 말한다. 늘 의욕이 넘쳐흐르고 어떤 일을 완수한 후 받을 수 있는 대가나 보수보다도 일 자체를 훌륭하게 달성하는 데에 관심을 가진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맥클레란드는 이 분야의 연구를 계속해왔는데 그 결과 높은 성취동기는 개인의 발전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한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
어느 회사에서 비교적 좋은 보수를 주는 조건으로 사원을 모집하였다. 많은 응모자 중에서 특별한 심사에 의하여 성취동기가 높은 사람과 이와 반대되는 사람을 골고루 섞어서 선발하였다. 이들이 출근해서 하는 일은 아주 단순한 일이었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흰 종이에 줄을 긋는 일이었다. 줄을 친 종이를 어떤 목적에 사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다. 사원으로 채용된 직원들은 묵묵히 종이에 줄을 긋는 일만 하면 좋은 보수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작업을 시킨 결과 며칠이 지나서 성취동기가 높은 사람은 짜증과 권태를 느끼기 시작하고 줄을 비뚤어지게 긋는가 하면 마침내는 화를 내고 종이를 찢어버리는 일까지 있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보수를 아무리 많이 줘도 이따위 무의미한 일은 못해먹겠다.” 면서 그만 뛰쳐나가더라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성취동기가 낮은 사람은 아무런 불평 없이 하루 종일 시키는 대로 종이에 줄을 긋고 있었다.

이 연구는 무엇보다도 성취동기가 높은 사람의 한 성향을 잘 나타내준다. 이미 지적했듯이 성취동기가 높은 사람은 일의 대가보다도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 일에 몰두하고 정력적으로 활동하여 남보다 더 나은 성취를 하려고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나 일상 되풀이되는 무의미한 일에는 별로 흥미를 갖지 않으며 항상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일을 찾아서 활동한다. 유태인의 성취동기 수준이 다른 민족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어느 사회에 있어서나 유태인은 보다 높은 차원의 직위나 좀 더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의 성취를 위하여 끈기 있는 노력을 집중한다는 것은 유태인을 대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일이다. 이 점만 보더라도 그들의 성취동기가 높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 대학에서 교수에게 끈질기게 질문을 하고 반대의견을 제시한 다음 토론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 유태인이라는 평이 나 있을 정도다. 이에 비해서 동양학생들은 질문도 잘하지 않지만 설혹 교수의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끝끝내 물고 늘어지는 일은 하지 않는다. 유태인이 어느 사회에 있어서나 높은 업적을 올리는 것은 그들의 성취동기 수준이 남달리 높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처럼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유태인의 성취동기가 높은 까닭은 무엇인가? 응당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 보아 한 사람의 성취동기 수준을 결정해주는 것은 그 사회를 은연중에 지배하는 문화적, 종교적 풍토와 가정에서의 어린이 교육 방식이다. 역시 맥클레란드의 연구에 의하면 한 나라의 전설, 민화(民話), 동화 등에 성취의욕이 잘 반영된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민화나 동화를 분석해보면 역시 높은 성취수준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런 시(詩)가 있는 것을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리.” 이것을 따지고 보면 공자의 가르침에 근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여기에서 어떤 의욕이나 의지 같은 것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일종의 은둔사상(隱遁思想)이 한 사회의 문화적 분위기를 지배하면 그 문화 속에서 성장하고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의욕과 의지를 둔화시키리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한 개인의 성취동기 수준은 역시 가정교육에 의하여 상당한 정도로 좌우된다.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자주적이고 개척적인 행동을 강조하고 또 그와 같은 행동을 적절히 보상해주면 어린이들의 성취의욕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에 반해 어린이들의 무조건적인 순종만을 강조하고 개척 적이고 모험적인 행동을 경계하며 끈기 있고 정력적인 행동을 키우지 못하면 어린이들의 성취동기는 낮아지게 된다. 여기에서도 우리의 가정교육 실태를 잠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말해 우리나라의 가정에서는 역시 부모나 어른에 대한 무조건적인 순종만을 강조하는 것 같다. 어머니들의 가장 큰 불평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말을 잘 듣지 않고 반항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보고에 의하면 어린이들이 말을 듣지 않고 반항을 할 때 가장 심하게 꾸짖거나 매질을 한다고 한다.

이와 잘 대조 되는 것은 유태의 어머니들이다. 그들은 어린이가 자기가 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가장 심하게 꾸짖거나 매질을 한다. 이 두 가지 교육방식을 비교해보면 물론 후자에서 자주적이고 의욕이 왕성한 의지의 인간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유태인에게서 발견되는 강인한 의지, 그것은 우리가 배우고 본받아야 할 일인 것 같다. 우리가 항시 어린이로 하여금 저 높은 곳을 지향하여 끈기 있는 노력을 계속하도록 교육하지 않는 한 그리고 저 높은 곳을 지향하는 길목에 놓여있는 난관을 의지로써 극복하도록 훈련하지 않는 한 우리의 어린이들은 바로 우리가 서 있는 오늘의 이 자리에서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강인한 의지와 용기가 없는 어린이에게서 어떻게 저 높은 곳을 향한 전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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