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임재업ㆍ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 임재업ㆍ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아! 충청일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 사회의 증인 충청일보가 속간된지도 어느덧 50여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제호만 보아도 반갑다","왜 또 만들어","신문 때문에 못살겠어" 등등 양비론이 비등함도 잘 알고 있습니다.

창간 61년이라는 역사는 결코 짧지 않은 것입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사원들은 물갈이 되지만 신문제호 만큼은 영원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정책이 자율화된 세계 각국의 신문역사가 이를 잘 대변하고 있습니다.

경영 환경에 따라 사주는 바뀌어도 역사가 오래된 신문사는 결코 없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 충청도에서도 입증하고 싶습니다. 사람 사는 곳에서 언론의 역할은 필수적 요소입니다.

충청일보 제호를 지킬 수 밖에 없었던 연유 입니다. 충청일보는 내가 꼭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버티어 냈습니다. 마지막편집국장이라는 수식어가 두려웠기 때문이지요.

그 누가 참 언론인으로 남길 거부하겠습니까. 그러나 작금의 언론 환경은 그렇지 못합니다. 세월의 무상함을 탓하고 싶습니다. 언론의 발전은 어느 일방적인 희생에 의해 되는게 아니라 언론 종사자와 그 사회의 구성원간에 상호 깨닫고 협조하는 길만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닭과 알. 누가 먼저 인가라는 논리가 아주 적절한 비유가 아니겠는가 합니다.

모기와 파리를 박멸하고 싶지만 마음과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다 그만한서식환경을 조성해 준 탓이지요.

백지 한장도 서로 맞들면 낫다고 했습니다. 네 탓을 하기 앞서 내 탓은 없는지 되돌아 보고 우리 서로가 함께 풀어 가야할 숙제입니다.

2004년 여름 편집국장실로 청주시내 모 고교 어머니 회장단이 방문, 여름철 찜통 교육환경을 고발했습니다. 사연인 즉 주변 공사장 때문에 학교 창문을 열수가 없는데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도 설치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때 저는 우리 충청일보가 해결해 줄테니 어머니들은 지방 신문 구독 운동좀 펴 달라고 요청을 쾌히 승락을 하신 어머니들이 고마웠습니다. 관계 기관을 찾아 봤지만 해결이 안된다는 설명만 들었다는 불만도 함께 곁들였습니다.

그 공사 현장을 고발하는 기사를 3회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얼마후잘 해결됐다는 소식을 접한뒤 저 혼자 씁스레 한 웃음을 지어야만 했습니다. 어머니들의 약속은 물 건너간지 이미 오래되었고 그 흔한 전화 한통도 받지 못했습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지요.열악한 지방 언론 환경의 높은 벽을 다시금 일깨워 준 사례입니다. 그러나 좌절않고 오뚜기 처럼 일어났습니다.

속간된 충청일보의 편집방향은 tv뉴스에 보도되지 않는 사소한 소식을 모아 알뜰하게 지면을 꾸미겠습니다. 신문과 방송의 순 기능을 차별화하겠습니다. 기관과 독자의 가교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생활정보가 풍부한 읽을 거리를 제공하겠습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 올인하겠습니다. 노사 화합을 통해 기업인과 근로자가 우대 받는 사회가 유토피아 입니다.

언론자율화와 지방자치 시대의 도래는 사회적 페러다임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기득권 세력의 아귀 다툼에 갈피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문화적 행태 변화도 이를 뒷 밭침하고 있습니다. 지방 언론도 이제 중소기업의 한 부류일 뿐입니다. 생존 다툼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습니다.

신문의 품질로 평가 받고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겠습니다. 지역의 민의를 대변하는 지방 신문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껴주시는 풍토 조성은 이제 선진 민주 사회를 꿈꾸는 지역사회인들의 몫입니다.

애정 어린 마음으로 지도편달을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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