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4월 4일 충북 음성에서 총성 한 발이 울리고 큰 새 한 마리가 떨어졌다. 천연기념물 199호, 토종황새 부부 중 수컷 황새였다. 한 번 맺은 부부의 연을 평생 지켜 간다는 황새. 졸지에 과부가 된 암컷 황새는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남편 황새를 기다리며 혼자 살아갔다. 사람들은 황새의 후손을 잇기 위해 새로운 수컷 황새를 소개했다. 하지만 지독한 1부1처를 고집하는 과부 황새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과부 황새는 또다시 해코지 당할까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이로써 텃새로 살아가는 황새를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됐다.

지난 3월, 자연계에서 황새를 처음 만났다. 황새를 만난 계기는 AI 방역상 철새 이동기 동태를 살펴볼 겸 떠난 천수만 탐조여행 덕분이었다. 철새를 대표하는 가창오리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뜻밖에 황새를 만난 것이었다. 11월 말부터 3월까지 머물다 간다는 황새는 전국에 20마리도 안 된다고 한다. 귀하디 귀한 황새를 처음 대면했으니 내겐 행운이었다. 크다는 뜻의 '한새'에서 이름이 유래된 황새는 멀리서 봐도 뚜렷한 형태와 특징을 알아 볼 수 있었다. 검은 부리와 붉은 다리, 그리고 긴 날개의 끝부분이 검다. 대부분 부부가 함께 짝지어 거닐고 가족과 함께 지낸다고 한다. 그리고 날 때는 고개를 곧게 펴서 나는 유일한 대형 새라고 한다.

충남 예산에서는 황새마을 복원사업이 한창이다. 2009년 황새 복원지로 선정돼 올해까지 180억원이 투자되는 대형 사업이다. 황새 복원으로 명성을 되찾으려는 예산군의 최종 목표는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자연성의 회복이라고 한다. 황새 복원을 상징으로 친환경 생태농업을 육성해 농업소득을 향상하고 관광소득도 높인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황새를 성공적으로 복원하는 기본은 하천과 논농업의 생태적 연결이라고 한다. 황새의 서식지에는 민물고기, 수서생물, 곤충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넓은 농경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예산은 유기농업을 확대하기 위한 현재 진행형이다. 교원대학교에서 대기하고 있는 황새로 복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복원 후에 황새가 철새가 될지 텃새가 될지는 확실치 않다고 한다. 다만 텃새가 되도록 복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데, 그 핵심도 논 농업을 생태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란다. 음성은 가장 오랫동안 토종 황새가 머물던 고장이다. 2015년에는 우리 지역 괴산에서 세계유기농엑스포도 열린다. 황새가 둥지를 틀고 터전을 잡기에 좋다고 증명된 곳이다. 떠나간 황새를 두고 유기농 엑스포를 생각한다. 다수확을 명분으로 살포되는 농약과 화학비료는 더 이상 미래의 농업이 아니다. 미래의 농업은 탄탄한 생태계를 근간으로 생명산업을 일구는 유기농이다. 유기농의 상징으로 황새가 어떨까? 생명의 땅 충북의 유기농 들판에서 펼쳐지는 세계유기농엑스포에 황새를 초대한다.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팀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