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창건
충남 최대 규모 … 풍광 일품
백범 김구 은거지로도 유명

[충청일보 조무주 대기자] 충북에 법주사가 있다면 충남에는 마곡사가 있다. 마곡사는 조계종 충남지역의 제6교구 본사다.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하여 고려 보조국사가 재건했다고 하나, 처음 건축된 시기는 정확하지 않다. 마곡사로 부르는 것은 큰스님이 강연을 할때 많은 군중이 모여 그 모습이 마치 마가 서있는 것 같았다고 해 붙여졌다고 한다. 삼마(麻)자에 골짜기 곡(谷)자으로 마곡인 것이다. 또 다른 설은 이 지방 골짜기에 원래 마가 많이 자라 마곡이라고 불렸으며 그래서 마곡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름이야 어찌됐든 마곡사는 충남지역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절임에 틀림이 없다. 입구에서부터 기풍과 웅장함이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곡사에 들어가려면 우선 차량을 마을 주차장에 세워야 한다. 워낙 많은 관광객과 등산객들이 찾는 곳이어서 절에는 차량이 들어가지 못한다.

마을에는 여기저기 전통 음식점, 각종 특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있는 것은 다른 관광지와 다르지 않다. 마곡사 입구 도로에도 여김없이 동네 아낙들이 각종 농산물을 팔고 있다.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이 눈물겨운 모습이다. 절은 원래 지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성장한다.

예전에는 스님에게 글을 배우고 농사법도 배웠다고 한다. 지금은 마을 주민들이 절에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며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마곡사는 높지 않은 태화산 아래 있다. 등산객들은 절을 구경하기전 태화산을 오른다. 태화산 산행은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정상인 활인봉은 해발 423m다. 공주에서 태화산을 물어보면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마곡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마곡은 예로부터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十勝地)로 정감록에 기록되어 있는데, 실제 임진왜란이나 한국전쟁때 마곡사로 피신한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춘마곡(春麻谷), 추갑사(秋甲寺)라는 말이 있다. 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라는 것이다. 마곡사는 봄 풍경이 일품이고, 갑사는 가을 풍경이 아름답다는 뜻인데 그래서인지 봄에 찾은 마곡사에 사람들이 붐빈다.

마곡사 앞을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음악과 같다. 마곡사 기둥은 싸리나무로 세웠다. 이 기둥들은 모두 반들반들하다. 사람이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가면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얼마나 안아 봤냐'고 물어보는데 안아보지 못했다면 지옥으로 가고, 안아본 사람은 극락으로 보낸다는 전설 때문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기둥을 안아본다. 대광보전 앞에는 보물 제799호 오층석탑 있다. 일명 다보탑 또는 금탑이라고도 부른다. 이 탑은 원나라의 영향을 받아 1층 몸돌 남면에는 자물쇠 모양이, 2층 몸돌 네면에는 사방불이 양각되어 있다. 라마식 보탑과 비슷한 모양을 갖추고 있으며 사방불은 모든 공간에 부처님이 영원히 거주한다는 의미다. 극락교를 건너면 해탈문이다.

해탈의 세계, 많은 사람들이 꿈꾸지만 해탈한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 극락교 아래 물속에는 많은 동전이 눈에 뛴다. 저마다의 소원을 빌며 동전을 던졌을 것이다. 동전 하나로 행운을 비는 연약한 인간들이 해탈문을 넘어간다고 해서 해탈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극락교에서 바라보이는 범종각의 위엄은 그래서 더 대단하다. 사찰 중앙에 자리잡은 대광보전. 저마다의 소원을 달고 바람에 흔들리는 연등을 보며 잠시 속세의 고단함을 잊어 본다. 사찰을 지나면 시원한 계곡물을 가로지르는 작은 여울에 징검다리가 있다. 사람들은 이 다리를 건너며 어렸을적 시골에서의 개울가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팔짝팔짝 뛰어야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

마곡사는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던 곳이어서 더 유명하다. 김구 선생은 1896년 명성황후가 시해되자 분노해 황해도 안악에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후 마곡사로 숨어 들어와 '원정'이라는 법명으로 출가했다. 몸을 피신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광보전 앞 왼쪽에 향나무 한그루 있는데 이를 김구 선생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선생이 해방 후 마곡사를 다시 찾았을 때 대광보전 기둥에 걸려있던 '각래관세간 유여몽중사(却來觀世間 猶如夢中事), 즉 돌아와 세상을 보니 모든 일이 꿈만 같구나'라는 문구를 보며 감개무량해 했다고 한다. 마곡사는 태화산 아래에서 영원히 서민들의 친구로 남아 있을 것이다.
▲ 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는 장엄한 건물과 화려한 단청이 유명하다. 극락교를 지나면 나타나는 범종각. © 편집부

▲ 부처님 오신날이 지났지만 마곡사 대웅전 앞 마당에 오색 연등이 내걸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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