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원리 돌탑 앞에서 관광객이 던져 준 먹이를 먹으며 다람쥐가 애교를 부리고 있다. © 편집부
[충청일보 조무주 대기자]탑(塔)은 부처의 사리를 모셔놓은 곳을 말한다.

탑이란 말은 고대 인도에서 무덤을 이르는 말이었는데 불교가 전래되면서 진신사리를 모신 곳을 탑이라 부르게 됐다.

우리나라 탑은 석탑, 목탑, 전탑으로 구분되며 불국사에는 3층 석탑이 있다.

황룡사터에는 9층 목탑이 있으며 전탑은 벽돌로 쌓은 탑으로 안동 신세동에 7층 전탑이 있다.

탑은 부처님을 예배하기 위해 세워졌으나 지금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마을 입구에 세우기도 하고 산에 돌을 쌓아 탑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지금 남아있는 탑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인도 산치에 있는 것으로 기원전 1세기에 축조됐다고 한다.

사람들은 탑을 바라보며 소망을 기원한다.

불자들은 사월 초파일에 밤새도록 탑을 돌며 부처의 공덕을 찬미하고 각자의 소원을 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도원리 피거산 중턱에는 장엄한 300여기의 돌탑 무리가 있다.

전 홍익대 교수인 공예가 고승관씨가 평생의 역작으로 탑을 쌓은 것이다.

고씨는 제17회 한국미술협회전 대상 수상을 비롯 수많은 미술전람회에서 수상하고 서울미술대전 초대작가, 국전 초대작가 등을 역임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예가이다.

1999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행사를 끝내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기도 했다.

고씨가 도원리에 정착한 것은 1984년.

야외 조각공원 부지를 찾던 고씨는 피거산에서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산과 강이 어울려 그림같았지만 무엇보다 피거산의 알 수 없는 기(氣)를 느꼈다는 것이다.

도시 생활을 청산한 고씨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시골 사람이 되어갔으며 1989년부터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

돌이 많은 이 산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지만 고씨가 하나 둘씩 탑을 쌓아가자 명소가 됐다.

도원리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이다.

빽빽한 산림에 맑은 계곡의 물, 너럭바위가 산재하여 여름철 피서지로도 안성맞춤이다.

다람쥐, 고라니 등 야생 동물도 많다.

최근에는 관광객을 위해 펜션도 여러채 들어섰다.

전북 마이산에도 돌탑이 유명하다.

그곳은 80여기만이 남아있지만 이곳에는 300여기가 장관을 이룬다.

땅속 60∼70㎝에서 부터 시작, 지상 2∼7m까지 쌓아 올려 웬만한 풍파에도 끄덕 하지 않는다.

최근 몇 개의 탑이 무너지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탑들이 잘 견디고 있다.

고씨는 공예가로 명성을 떨쳤지만 필생의 역작을 이곳에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500여기를 쌓을 계획이란다.

탑의 모양도 첨성대, 성황당, 3층탑, 소나무, 남근 등의 모습을 하고 있어 화려하고 익살스럽다.

1993년 부터는 타임캡슐도 묻었다.

100년후 타임캡술을 발굴하면 후손들이 선조의 생활상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대부터 돌을 모아 쌓는 작업을 좋아했다. 고인돌, 선돌 등도 그런 의미가 될것이다.

선돌은 마을의 경계선을 의미하기도 하고 수호신 역할도 했다.

마을 입구 서낭당에는 돌을 쌓아 마을의 안녕과 자신의 복을 기원했다.

피거산 산자락의 돌탑들은 강을 향해 사열하는 듯하다.

돌탑 중에는 '영수'탑이라는 것이 있다.

도원리 마을에 영수라는 총각이 살고 있었는데 그의 어머니가 장애인이었다.

장애 시어머니를 모실만한 며느리감이 인근에는 없었다.

결국 영수 총각은 오랫동안 결혼을 하지 못했으며 이를 비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고씨는 그를 추모하며 영수탑을 만들었다.

이 탑은 장가 못간 설움을 위로하듯 하늘을 향해 서있는 남근을 형상화 했다.

불끈 솟구친 남근은 영수 총각의 혼을 달래는 듯 하다.

도원리(桃源里) 끝자락에 압항천이 있고 그 너머가 무릉리(武陵里)다.

압항천은 S자형으로 무릉리와 도원리를 가른다.

무릉도원이 바로 이곳인 것이다.

도원리에서 멀지 않는 곳에 화양동이 있으며 유학자 한석수는 화양에 이르러 이런 시를 남겼다.

山中老翁欲無言 산중의 늙은이는 말이 없고/

禍福乘除久任天 화복을 따지는 일 하늘에 맡긴지 오래이네/

休論萬事紛如繡 얽히고 설킨 세상만사 말하지 마오/

且喜雙淸不用錢 바람과 달을 즐김에 돈도 필요 없다.

도원리에서 20년간 돌탑을 쌓은 고승관 전 교수도 이런 마음으로 탑을 쌓았을 것이다.



▲ 충북 괴산군 청천면 도원리에는 300여기의 돌탑이 쌓여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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