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살면서 너무나 익숙하다 못해 친숙해진 단어 가운데 하나가 '비리(非理)'다. 늘 귀로 듣고, 눈으로 봐 오면서 생활 속에 뿌리박힌 지 이미 오래다. 정치인 비리, 공직 비리, 기업 비리, 병역 비리, 공천 비리, 법조 비리, 교육 비리, 원전 비리 등 그 종류도 참 다양하다. 언론에서만 듣고 보던 그 낱말에 지인이나 주변인들도 연관돼 있다면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심정을 어떨까?


- 도 넘은 청주시 공직사회


청주시의 공직 비리가 도를 넘었다. 기업지원과장을 지내다가 6급으로 강등된 공무원이 6억원대 뇌물로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2010년 12월 KT&G 청주공장(연초제조창) 부지 매각 협상 업무를 담당하면서 용역업체로부터 6억6000만원을 받고 협상에 편의를 제공한 혐의다. 청주는 물론 충북도내 공무원 뇌물 사건 가운데 최대 액수로 기록되게 됐다.

또 다른 6급 공무원은 부동산 업자가 소유한 토지의 개발행위 변경 허가를 내주는 대가로 4500만원을 챙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 4월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4500만원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도로 부지로 수용된 시유지의 명의가 이전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이를 몰래 사들여 보상금을 챙긴 사례도 있다. 구청 소속 7급 공무원은 도로 보상 업무를 처리하던중 청주시가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은 땅을 발견, 7000만원에 구입한 뒤 7억원의 보상금을 챙겼다. 담당자로서 당연히 옛 소유주를 설득해 명의를 이전해야 했지만 '잘 아는 ×이 더 무섭다'고 이를 악용해 거액을 꿀꺽했다. 그는 결국 지난 해 7월 징역 4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는 등 갖가지 비리로 처벌을 받는 청주시청 공무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뇌물, 토지 보상 비리, 성추행, 금품 차용 등 유형도 가히 잡화상 수준이다. 공무원 비리가 점차 거대화·대담화·교묘화되면서 한 때 공직 비리의 대명사로 불리던 '명절 떡값' 등은 이제 '새 발의 피'가 됐다.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청주시청의 현실이다.


- 선량한 공직자 사기 지원책 마련해야


이처럼 청주시청 공무원들의 비리 복마전이 성행하는 것은 '한 건하다가 걸리면 그만'이라는 식의 악질적인 개인 인성에 가장 큰 문제가 있지만 혈세를 다루는 공직사회의 비리를 근절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6억6000만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뇌물 사건과 관련, 수사·재판 결과를 지켜볼 일이지만 형사 처벌 만으로는 부족하다. 환부를 도려내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치유되기 힘든 상처를 입고 도매금으로 넘어가게 된 1800여명에 달하는 청주시청 소속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책도 마련돼야 한다. 극소수 파렴치한 때문에 묵묵히 일하는 전체 공직자들이 매도돼서는 절대 안 된다. 이번 일로 사기가 회복 불능 지경까지 곤두박질 친 대부분의 선량한 공직자들이 분발, 시민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대책도 시급하다.



/김헌섭 편집부국장(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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