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얼굴 사이로 안개 자욱
마의태자 망국의 눈물 일까

한국 가봐야 할 곳 50선 선정 <br>운해·일출 장관 … 사진가 북적 <br>진흥왕 13년 의신스님이 창건 <br>마애불·보물 쌍삼층석탑 유명 <br>소불 가득한 대웅전 신비로워

충북 옥천군 옥천읍 삼청리 장령산 자락에 위치한 용암사(龍巖寺)는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할 아름다운 곳 50선' 중 38번째에 오른 곳이다.

이는 용암사에서 바라본 운해(雲海)가 절경이기 때문이다.

대청댐에서 발원한 운해가 옥천을 뒤덮으면 그 모습을 용암사에서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그 아름다움이 신비스럽기조차 하여 전국의 사진작가들은 용암사 운해를 렌즈에 담기 위해 험한 길을 마다않고 찾아온다.

일출도 장관이어서 새해맞이 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용암사를 가기 위해서는 여간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굽

이굽이 고갯길을 3km 정도 올라야 하므로 승용차로 가기는 힘들 정도다.

산울림 시낭송회(회장 박태언) 회원들과 용암사를 찾은날은 안개가 자욱하여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가

속페달을 마음대로 밟을 수 없어 차가 몇 번이고 중간에 서기도 했다.

어렵게 올라간 용암사, 안개에 쌓인 모습이 마치 동화 속의 작은 궁전 같았다. 궂은 날씨에도 주차장에 많은 차량이 서있는 것을 보면 역시 용암사가 얼마나 유명한 절인지 실감이 났다.

용암사는 인도에 갔다가 귀국한 의신(義信)이 552년(진흥왕 13)에 창건한 절로 알려져 있다.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이지만 법주사 보다 1년 앞서 창건됐다고 한다.

용암사라는 절 이름은 경내의 용처럼 생긴 바위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나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에 의해 바위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용암사의 지형이 마치 날아 오르는 용 처럼 생겨 용암사라 불렀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

용암사 입구에는 화엄경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글이 방문객을 맞는다.

"우리의 마음은 갖가지 번뇌 망상으로 물들어 마치 파도치는 물결과 같다. 물결이 출렁일 때는 우리의 얼굴이나 모습도 일렁이고 왜곡되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물결이 조용해지면 모든것이 제 모습을 나타낸다. 저 연못이 바람한 점 없이 고요하고 맑으면 물밑까지 휜해 보이는 것처럼..."

이 절에는 마애불과 쌍3층석탑이 있다. 마애불은 충북유형문화재 제17호이며 쌍3층석탑은 보물 제1388호로 지정됐다.

연화대좌 위에 발을 좌우로 벌리고 서있는 높이 3m의 마애불은 고려 중기의 작품으로 붉은 색의 천연 바위벽을 이용해 양각되었다.

가늘고 긴 눈, 작은 입, 도두라진 코 등 전형적인 고려 마애불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넓은 어깨, 늘씬한 하체, 규칙적인 옷차림 등이 세밀하게 표현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신라의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고 방황하던 시절 금강산으로 들어가기전, 이곳에 와서 동쪽을 바라보며 통곡했다고 한다.

이를 슬퍼하여 불상을 이곳에 조성했으며 그래서 마의태자상이라 부르기도 한다.

보물 제1388호 쌍3층석탑은 북쪽, 즉 대웅전 왼쪽 산에 위치한다.

석탑은 대개 대웅전 앞에 세우는게 보통이나 이곳은 특이하게 대웅전 왼쪽 산기슭에 있다.

이는 대웅전 앞이 협소하여 비교적 자리가 넓은 곳을 선택하다 보니 이곳에 세워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산천의 기운이 약한 곳에 탑을 세워 기를 복돋아주는 역할도 한 것으로 보면 이곳이 기가 약했던 곳인지도 모르겠다.

두 탑의 모양은 유사하나 동쪽의 탑은 430m, 서쪽의 탑은 413m 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눈으로 봐서는 크기를 가눔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쌍3층석탑은 각 부의 양식과 석재의 결구에서 매우 간략화된 수법을 보이고 있어 고려시대 후기에 건립된 것으로 보인다.

옥천군은 쌍3층석탑을 해체 복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문화재청, 충북도, 옥천군 등 3개 기관이 용역을 통해 구조안전 진단을 실시한 결과 탑의 정면이나 배면에 비해 우측면으로 기울어진 정도가 약 3배 정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탑이 동탑에 비해 기울기가 2배 이상 돼 넘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장기적인 보존 관리를 위해 두 탑 모두 해체 복원하기로 했다.

대웅전 건물은 1986년 주지 무상스님이 짓고 그뒤에 주지 현관스님이 요사채를 중건하고 범종각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천불전에는 소불이 가득하여 신비감마저 주고 있다.

용암사는 역사와 전통 뿐 아니라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앞으로도 많은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안개에 쌓인 용암사 쌍3층석탑이 신비스러운 자태를 드러냈다. 산울림 시낭송회 박태언 회장이 탑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다. © 편집부

▲ 용암사 대웅전의 중앙에 봉안된 불상.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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