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퇴비 한길…땅심 부활 선구자

최장수 농촌드라마 '전원일기'를 연상시키는 곳이 있다. 한겨울로 접어드는 길목, 따사로운 햇살과 싸늘하지만 상큼한 바람이 함께 하는 곳. 눈이 부실 정도로 드높은 하늘, 가끔씩 들르는 가막까치의 울음소리도 한 폭의 겨울수채화 속으로 마실을 나선다. 이처럼 가장 한국적임을 자처하는 곳, 바로 충북 괴산군 사리면에 위치한 (주)삼협농산이다. 유기농 퇴비로 선조들의 친환경 농법을 잇고 있는 그들만의 자존심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13개 인삼조합으로 법인 설립



충북 청주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충주방면으로 직진하다 보면 증평 읍내를 지나 오른쪽으로 '사리면' 이정표가 나온다. 이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 34번 국도로 접어들어 도로 양쪽으로 펼쳐진 논밭을 한동안 따라가면 (주)삼협농산(대표 이재두)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성격 급하게도 제일 먼저 구수한 거름냄새가 반색을 하고 곧바로 햇살줄기를 타고 내려온 잔잔한 먼지들의 군무가 이어진다. 직원들의 순박한 표정과 웃음은 귀한 손님에게 내놓는 한여름 매실차처럼 청량하다.

이처럼 외갓집같은 푸근함을 풀어놓는 삼협농산은 인삼재배에 가장 적합한 퇴비를 생산한다. 강화, 김포? 파주, 개성, 경기동부, 안성, 강원, 영동, 충북, 서산, 부여, 금산, 전북, 풍기등 총 13개 인삼조합이 인삼재배를 위한 퇴비마련을 위해 1994년 3월 설립했다.

3만2000여㎡(9600여평) 부지에 건평 1만㎡(3200여평) 규모로 노지발효실과 실내발효실을 갖추고 있다. 교반기와 선별기, 포장기 분쇄기 등 생산기기 4종 11대와 굴삭기 지게차 덤프트럭 로우더 등과 같은 4종의 장비 7대, 직원 12명이 전부다. 영동조합이 2002년 11월 충북조합으로 인수? 합병되면서 지금은 12개 조합으로 결성돼 있다.



친환경의 환상적 배합으로 토심 회복



인삼은 4~5년동안 한 곳에서 생육하는 작물. 양질의 토양관리가 좋은 인삼을 재배하는 기술력의 관건이다.

그러나 1970년대 증산위주 농업정책이 추진되면서 과다 투입된 화학비료는 오늘날 토양의 불균형과 염류집적(영양분 과잉공급)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결국 표면에 붉은 반점과 함께 거칠거칠해지는 적벽삼 현상, 바람이 든 것처럼 속이 비는 내백현상 등 좋은 인삼을 재배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인 것이다.

이같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땅심회복이 시급하다. 화학비료로 오염된 토양을 또다시 화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일. 가장 전통적 방법만이 인위적으로 훼손된 흙을 자연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삼협농산은 고민 끝에 인삼퇴비의 주원료로 수피(나무껍질)와 콩비지, 톱밥, 계분 등을 선택했다. 인삼퇴비는 부숙이 잘되고 적당한 유기물이 풍부해야만 토양개량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나무껍질은 땅 속에서 최소 5~6년동안 서서히 부식하면서 토양을 바꿔간다. 한곳에서 수년째 생장해야 하는 인삼에 가장 적합한 원료인 것이다.

인삼퇴비용과 과수원예용으로 나누어 생산되는 삼협농산의 퇴비는 인삼용을 다시 묘포용과 본포용으로 나눈다. 묘포용으로 사용되는 그린퇴비는 일반퇴비보다 10% 이상 유기물 함량이 높은 데다 수분은 낮고 유해성분 또한 낮다. 일반퇴비의 수분함량이 50% 수준인 것에 비해 그린퇴비는 이보다 5%포인트 낮은 45% 수준을 유지한다.

이같은 제품의 차별화로 삼협농산의 생산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1995년 95년 26만8171포(20kg)에서 2000년 매년 늘어나 지금은 연간 193만6000포(3만8736t)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300여개 크고 작은 국내 퇴비생산업체 중에서 2위를 차지하는 생산실적이다. 2000년 53만9527포, 2004년 107만9621포에 이어 지난해에는 151만6486포를 생산, 총 4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인삼재배농가가 크게 줄어 50만여포를 생산, 50억원을 매출목표로 잡고 있다. 7년만에 무려 세배 가까이 급성장한 것이다.

오랜 기다림이 좋은 퇴비의 경쟁력



삼협농산의 기술력은 적절한 원료배합과 충분한 발효? 숙성과정에 있다. 생산과정은 반입된 원료를 적정한 비율로 배합한 다음 2개월 동안 노지에서 발효를 시키면서 시작된다. 이때 미생물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과정은 모두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삼협농산은 타 업체가 수분함량을 줄이기 위해 건조과정을 거치는 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스프링 쿨러를 설치, 온도와 습도 등에 맞춰 충분한 수분을 공급한다. 이처럼 적체작업을 통해 수분과 산소를 충분히 공급함으로써 미생물이 번식하는 최적의 조건을 조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 속에서 거름 안팎으로 희뿌연 방선균이 번식하게 된다. 일반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이 방선균은 지력이 약화된 흙 속에서 끊임없이 활동을 전개하면서 영양을 공급한다.

이렇게 발효된 원료는 2차 발효실로 옮겨져 또다시 한달간 발효를 거쳐야 한다. 이곳에서 에스컬레이터식 교반기로 한달간 더 발효된 퇴비는 질소, 인산, 염화칼슘과 미생물이 골고루 함유돼 인삼 생리장해를 예방하고 근부병(뿌리썩음), 입고병, 선충 등의 피해 및 연작장해를 감소시켜 준다.

그 다음으로 3차 발효실에서 한달간의 마지막 발효과정을 거친 다음 후숙실로 옮겨진다. 발효가 극대화된 퇴비는 일반퇴비와 그린퇴비로 나눠져 재분류되는데 그린퇴비의 경우 그 입자가 더욱 곱고 미생물 함량도가 매우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생산시설 자동화 추진



삼협농산은 내년 초까지 생산시설 자동화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포장에서부터 파렛타이징(포장된 제품을 적재하는 과정), 상차라인까지 전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자동화는 제품함량의 균일화가 가능해져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시도할 수 있다.

삼협농산은 이와 함께 햇빛을 차단하는 차광망 등과 같은 인삼용 자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당초 인삼조합으로 구성된만큼 인삼재배에 필요한 각종 자재들을 생산하겠다는 것.

특히 기존 20㎏ 단일포장을 500㎏, 700㎏, 800㎏ 등으로 다양화? 대형화하는 대형톤백제품을 생산함으로써 공급가를 6% 인하, 조합원들에게 양질의 퇴비를 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예정이다. /이성아기자 yisunga@



<회사연혁>

1994. 03. 13개 인삼조합 공동출자 및 법인 설립

1995. 05. 공장시설 완공 및 비료생산업 허가취득

2001. 07. 농협중앙회 계열사로 합병

2002. 05. 농협납품 '우수생산업체'로 지정

2003. 10. 그린(1등급)퇴비 생산등록

2006. 09. gr(우수재활용품 품질인증) 획득





인터뷰 / 이재두 (주)삼협농산 대표

"농협다움으로 땅심을 되살리겠습니다"



"가장 농협다운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농협이 우리 농민과 농촌의 언덕인 것처럼 저희는 우리나라 인삼농업과 토양환경의 마지막 보루가 될 것입니다."

(주)삼협농산 이재두 대표(58)는 우리나라 농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약화된 지력(地力)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삼협농산은 당초 인삼 부숙퇴비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삼협중앙회 계열사로 설립된 이후 2001년 농협으로 통합되면서 지금은 독립사업체로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설립 자체가 조합원들의 권익보호와 기술보호에 있었던 만큼 이 대표는 일반 회사와는 다른 일곱가지 경영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우선 자립과 품질, 환경, 윤리, 상생, 인재, 녹색경영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그중 이 대표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환경과 인재경영이다. 농협이 농촌과 농민을 살리기 위한 회사인 만큼 친환경 농업이라는 선도기업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전 과정을 국제적 환경기준에 맞춘 환경친화적 경영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사방침에 공감하고 협조할 수 있는 직원들이 가장 중요. '회사경영의 핵심요소는 인재'라는 마인드 아래 미래에 대한 도전과 창조적인 직원을 양성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가장 감사한다"는 그의 한미디에 삼협농산의 자율경영이 얼마만큼 정착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1972년 농협에 입사한지 35년, 10년고개를 세 번하고도 절반이나 넘어온 이 대표의 얼굴에는 농부의 넉넉함이 배어나고 있다. /이성아기자 yisu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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