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지금 사실상의 선거전이 시작됐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각 예상 후보들은 나름의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고, 지역 민심을 예의주시하면서 더하기·빼기에 분주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제가 폐지 여부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출마 예상자는 물론 유권자들도 최종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이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고, 새누리당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는 빠르면 9월 정기국회를 거쳐 내년 6월 지방선거부터 적용되게 된다. 하지만 정치권 일부에서 여전히 정당 공천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 확정까지는 순탄치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당론 결정과 일몰제 추인


민주당은 최근 1년간 1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 14만7128명 가운데 7만6370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67.7%인 5만1729명이 찬성,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새누리당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12년간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이른바 '일몰제' 추인 과정을 밟고 있다. 지방선거를 3번 치르는동안 폐지한 뒤 부작용이 많으면 다시 12년 후에 부활하자는 방안이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와 당협위원장 협의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해 대선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했고, 지난 4·24 재보선 때 가평과 함양 등지에 기초단체장 후보를 내지 않아 폐지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현재 국회에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6건이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돼 있어 여야 모두 당론으로 확정되면 조기 확정이 예상된다.


- 시대적 흐름이자 국민들 요구


기초단체장 선거는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기초의회 선거는 2006년부터 정당이 후보를 공천해 왔으나 그로 인한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 기초단체장·기초의원의 국회의원 종속화, 공천에 따른 폐해, 지역 현안 단체장과 의회의 정당 이기주의 편승 등 갖가지 문제점이 끊임없이 지적돼 오다가 지난 해 대선을 기점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그렇지만 공천 폐지 반대 측 주장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여성과 정치 신인들의 기회가 급격히 줄고, 재력을 앞세운 토호세력의 득세가 우려되는 등 예상되는 문제가 간단치 않다.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시대적 흐름이요, 많은 국민들의 요구다. 기초단체장·의원들은 최일선 행정 업무를 수행하고, 심의·의결하는 주민들의 대표로 당적이 필요 없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정치권은 국민들이 무엇 때문에 공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빨리 실행에 옮겨야 한다. 오는 9월 국회에서 공천 폐지 여부를 확정하라는 다수 국민들의 요구를 간과해서는 절대 안된다.



/김헌섭(편집부국장·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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