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지성인을 배출하는 대학이 학문과 지식을 넓히고 완성된 인간으로 성장하는 길을 닦는 엄청난 연구와 노력이 요구되는 곳이지만 들어가는 것으로 진이 다 빠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만사가 끝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인간의 진리를 모르는 사람이 아무리 높은 고관대작이 된다고 해도 이것은 뭇사람을 괴롭히는 자신도 모르는 죄를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양반이라는 풍습이 있었다. 지금도 우리는 어디어디 성씨는 양반네의 후손이라고 하면서 이를 상당히 자랑스럽게 생각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천만의 말씀이다. 옛날 양반네는 손에 흙을 묻히지 않았고 긴 담뱃대를 물어야 하고 풍류를 즐기면서 고레 고레 지르는 고함소리가 바로 지금의 법(法)이었고 글줄이나 읽었다고 공자∙맹자 말씀은 다 늘어놓았다.
이름 있는 이들 풍류객에 속하는 양반네들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이름이 자랑스럽게 오르내리고 있겠지만 약간 심하게 표현하면 지금세대에 살고 있는 건달 같은 양반들이 흔히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반들과는 달리 땅만 알고 흙에 묻혀 밤을 낮 삶아 가면서 부지런히 일하면서 배고픔을 이기려고 모진 고통 속에서 살아온 우리의 선조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은 흙의 진리를 알게 되었고 자연이 인간에게 내리는 위대한 이 강산을 소중히 손질하고 가꿔 왔던 것이다. 이처럼 위대한 이 강산(江山)이 후세들의 철없는 생활방식에서 병들게 되었고 이를 치유해야 될 책임의식은 얼마쯤 가지고 있는지가 문제다.
우리들은 세상에 나오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홀몸으로 태어났다. 그리고는 신선한 공기를 어떠한 관습이나 허락 없이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이것은 이 땅이 모든 생명체들에게 공동으로 분배된 자연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