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농구가 16년 만에 월드컵대회(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확보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7회 아시아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3-4위 결정전에서 대만을 75-57로 완파했다.

대학생 슈터 김민구(경희대)는 3점슛 5개를 포함, 21점을 몰아치며 한국의 승리를 견인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3위에 올라 2014년 8월 30일부터 9월 14일까지 스페인에서 열리는 월드컵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총 3장의 월드컵 출전 티켓이 걸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나머지 2장은 결승에 진출한 이란과 필리핀이 차지했다.

한국이 월드컵 대회에 나가는 것은 1998년 이후 16년 만이자 통산 일곱 번째다.

한국은 전날 열린 준결승에서 홈팀 필리핀에 패해 월드컵 출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더욱이 3-4위전 상대는 지난달 존스컵 국제대회에서 만나 완패한 대만이어서 부담이 컸다.

하지만 한국은 1쿼터부터 대만의 귀화선수 퀸시 데이비스(12점)를 꽁꽁 묶고 양동근(모비스), 김민구(경희대)의 3점포를 앞세워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2쿼터 종료 직전에도 3점슛 라인 밖에서 던진 김민구의 슛이 림을 통과, 한국은 전반을 50-29, 21점차로 크게 앞서 나갔다.

골밑 싸움에서도 한국은 전반에 17개의 리바운드를 잡아 대만(11개)에 우위를 점했다.

잘 나가던 한국은 3쿼터 들어 갑자기 슛 난조에 빠져 5분여가 지날 때까지 무득점에 묶였다. 이 틈을 이용해 대만은 36-50, 14점까지 추격해 왔다.

그러나 양동근의 자유투 2개로 3쿼터 첫 득점을 올린 한국은 윤호영(상무), 김민구의 3점슛이 잇따라 터져 2분 20초를 남기고 61-40으로 다시 점수를 벌렸다.

61-44로 리드를 잡고 4쿼터에 들어간 한국은 점수 차를 좁히려고 3점슛을 난사한 대만을 잘 이용했다.

한국은 시간을 최대한 소모시키는 공격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보태 5분 10초를 남기고 71-49까지 격차를 벌렸다.

마지막까지 대만의 추격을 여유있게 따돌린 한국은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린 뒤 코트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월드컵 진출의 기쁨을 누렸다.

1998년 월드컵 대회에 출전해던 베테랑 김주성(동부)은 12득점에 리바운드 8개를 잡아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김주성은 "16년만의 월드컵 출전이라 왈칵 눈물이 났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 농구가 부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은 "스페인에 꼭 가고자 하는 우리 선수들의 열망이 대만 선수보다 컸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유 감독은 김민구에 대해 "예전에 한국 농구는 슈터들이 많았다. 김민구가 선배들의 계보를 잇는 슈터로 커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일 전적
한국 75(29-13 21-16 11-15 14-13)57 대만
▲ 2013 남자농구 아시아선수권대회 한국과 대만의 3,4위전이 11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렸다. 대만을 꺾고 3위가 확정되자 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며 자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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