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젊음은 평생 있는 것이 아니고 일생에서 잠깐 머물다 가는 것으로 언젠가는 늙게 되고 힘겨운 육신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생활이 넉넉하지 못하고 부모 자식 간에 잦은 의견 충돌에서 생겨진 갈등으로 마침내는 늙고 병든 부모를 마다하고 길거리에 내다 버리는 천륜을 거역하는 몹쓸 인간들이 있다.

아무리 험악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를 헌신짝 버리듯 팽개치는 무례함이 이 땅에 존재한다는 자체가 저주 받아야 될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닌가? 이렇게 자식에게서 버려진 늙고 병든 노인들이 국가나 사회단체에서 어렵게 운영되고 있는 양로원 같은 곳으로 몰리면서 모두를 수용하기에는 복지시설이나 재정 능력이 부족하여 이곳저곳에 도움을 호소하는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오게 된 이들 노인들의 대부분은 장대한 자식들이 말짱히 살아있거나 가까운 혈육이 사회에서는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잘 살고 있지만 갈 곳 없어 양로원 신세를 지게 되는 것은 자식이 늙은 부모를 귀찮게 생각하고 버려진 노인들이 과반수가 넘는다고 보면 된다.

우리 모두는 부모 없는 하늘에서 떨어진 생명체가 아니다. 부모는 둘도 아닌 하나뿐인 나의 생명체를 제조 생산한 자로서 그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자식의 바른 성장을 위해 헌신적으로 닦고 기름 치며 완벽한 인간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부모가 아닌가.

돌아가신 부모 앞에 눈물 콧물 흘리면서 통곡해도 아무 소용없다. 살아생전에 따뜻한 말 한마디와 정성으로 차려진 밥 한 그릇이 더 중요하고 이것이 바로 자신을 위하는 일이고 집안과 형제간의 우의를 돈독히 하는 것이며 나아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빛과 소금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 주위에 있는 양로원이나 고아원 같은 곳을 보면 평소에는 썰렁 하리 만큼 찾는 이가 거의 없고 크리스마스나 연말 혹은 추석날 같은 때에는 몇 가지의 옷이나 아니면 사과나 라면 몇 상자 치켜들고 와서는 있는 생색 없는 생색 다 내면서 무슨 벼슬자리에라도 앉은 것처럼 몸도 가누기 힘든 노인들을 집합시켜 방문 기념사진 찍는다고 북새통 아닌 호들갑을 떠는 모습들이 정말 가관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작은 도움이라도 도움은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과시적인 방문은 이곳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노인들에게는 마음의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우러 나와야하고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상견례가 되어야만 진정한 보람과 만남의 기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언제나 상대를 대하는 자세는 무거우면서도 친근감을 줄 수 있는 모든 주위 환경을 파악하여 언행을 가려야만 좋은 만남이 될 수 있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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