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김헌섭 사회부장

팔이 하나 없는 50대 장애인이 무려 272차례나 헌혈한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청주에 사는 서정석씨(51). 그의 헌혈에 대한 애정은 지극히 남다르다. 삶이 힘들어 방황하던 21살 때 순간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해 열차에 뛰어들었다. 수 차례 수술 끝에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한 쪽 팔을 잃었다. 그는 혈액 부족으로 여러 번 수술을 연기했던 당시 아픈 사람의 심정을 알게 됐다고 한다. 피를 나눔으로써,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눠 가져야겠다고 생각해 1982년부터 1년에 5~6차례씩 헌혈했고, 10여년 전부터는 2주일에 한 번씩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헌혈의 집'을 찾아 피를 나누고 있다. 그가 지난 25년동안 헌혈한 횟수는 무려 272회에 달한다. 고물상에서 일하며 받는 돈과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으로 어렵게 생활하는 서씨는 "하루면 새로운 피가 만들어지는데 아낄 필요가 있느냐"며 "잠깐 시간만 내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얻게 된다는 생각에 헌혈의 집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헌혈의 정년은 만 65세. 그 이후에는 헌혈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그의 헌혈 목표는 500번이다.

월세 살면서 30억원 기부

자신은 월세를 살면서 무려 30억원을 기부한 사람도 있다. 가수 김장훈씨는 돈이 있어서 기부하는 게 아니다. 기부 액수를 정해 놓고 그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인터넷에 잘못 알져진 한국을 바로 잡도록 하는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 '반크'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 홍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단체로 잘 알려져 있다. 김장훈은 얼마 전 가진 공연 수익금 전액을 '반크'에 기부했다. 그의 기부 대상이 사회·문화단체로 확대된 것이다. 김장훈은 가수 생활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조금의 여유가 생기자 가장 먼저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치료받지 못하는 어린이를 돕기 위해 아동 시설을 후원하고 있다. 가출 청소년들의 손을 잡아 주고 꿈을 이루게 해주겠다며 붙인 이름 '꾸미루미버스'도 2년째 운행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남을 위해 쓴 돈이 9년동안 30억원에 달한다. 정작 자신은 보증금 5000만원짜리 월세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행복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직업적으로, 의무적으로 많은 걸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거죠." 김장훈의 독특한 선행만큼이나 특이한 기부 정신이다.

특정 시기에만 이어지는 미담

연말연시를 맞아 불우한 이웃을 돕는 선행이 시작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각 직능단체 별로 혼자 사는 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등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김장 김치를 담가 전달하는 미담이 이어졌다. 요즘들어서는 평소 불우 시설에 눈길조차 주지 않던 사람들이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시설을 찾고 있다. 조금 있으면 각 기관·단체의 경로당이나 불우시설, 군·경 위문도 예정돼 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해 예년에 비해 기부금이나 물품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그나마 생색내듯 전해주는 기부금품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들 가운데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이웃을 돕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전부는 아니라도 상당수가 각 기관·단체에 세워진 예산 범위 내에서 공금을 집행하며 생색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럴듯하게 선행을 베푸는 그들의 속을 들여다보면 영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가장 쉬운 듯 하면서도 선뜻 나서기 힘든 헌혈로 사랑 나눔을 실천하는 서정석씨나, 정작 자신은 월세를 살면서 30억원이라는 거금을 남을 위해 쓴 김장훈씨. 그들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 오로지 자신 만을 위한 삶을 추구하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김헌섭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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