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찰 월리사·오지마을 품어내
한지·약초·잡곡 풍부… 알부자 동네
가파른 능선따라 정상에 올라서면
마음까지 시원한 풍경 탄성 저절로

시간이 멈춘 호반길… 산넘고 물건너 '느릿느릿'

샘봉산은 대청호를 바라보며 청주ㆍ청원지역의 대표적인 오지마을인 소전리 벌랏 마을과 천년 고찰 월리사를 품에 안고 있다.

샘봉산 산길은 월리사를 거처 정상으로 오르거나, 염티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종주산행 코스가 있지만 벌랏 마을을 살펴 본 후 서낭당 고개에서 출발하는 순환형 산길을 소개한다.

청원군 문의에서 문덕리를 지나 소전리 2구에 들어서면 서낭당재(횟골고개)를 넘어 벌랏 마을이 나온다. 대청호가 만들어지며 호수를 따라 산길을 돌고 돌아 찾아가는 오지 벌랏마을은 임진왜란 때 난을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정착하며 만들어진 마을이라고 한다.

샘봉산 줄기를 따라 비탈밭이 많고 주변에 흔한 닥나무로 한지를 생산하는 마을로 잡곡과 과일이 풍성하고 1980년대엔 누에를 많이 길렀다고 한다.

▲ 대청호에서 바라본 샘봉산, 고즈넉한 풍경과 우람한 산세가 어우러져있다. © 편집부

벌랏, 별앗, 벼랏으로 부르는 지명은 마을전체가 골짜기로 둘러 쌓여있고 산비탈에 기댄 밭들이 많은데다 논은 거의 없는 마을, 수몰 전 금강가에 벌랏나루가 있어 지금의 이름으로 부른다고 하나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

대청호가 만들어지기 이전엔 마을의 교통수단이 배로 벼랏나루를 통하여 외부세계와 연결하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사용치 않고 있다.

샘봉산 산길은 벌랏마을 한지 체험장이나 우물가에 차를 두고 서낭당재 고갯마루나 서낭당이 있는 부근에서 샘봉산 능선을 따라 오르면 정상이 가깝지만 처음부터 급경사 지대에 산길 정비가 덜 돼 있어 조심해야 한다.

남쪽 능선에 서면 소전리 1구 마을이 대청호와 어울리며 멀리 신탄진까지 바라다 보이는 전망이 매우 좋은 곳이다.

샘봉산 정상에서 대청호와 소전리 벌랏마을을 바라보면 시원한 대청호와 오지마을의 아담한 모습에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 벌랏마을. 한지를 만드는 마을로 유명해 한 때 찾는 발길이 많았다. © 편집부

샘봉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백두산 천지의 물과 한라산 백록담의 물이 남북으로 흐르고 있는데 한반도의 중간 지점쯤인 샘봉산 분화구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한다.

어떤 연유로 샘봉산 분화구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재미를 더하고 정상에서 서쪽 방향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분화구를 찾아보니 작은 분화구처럼 보이는 곳이 있는데 샘봉산에 작은 산성을 쌓으며 이용하던 창고나 대피소 같은 곳으로 보여 진다.

샘봉산에서 바라보는 대청호와 벌랏 마을의 멋진 풍광은 이곳을 찾아본 사람들만 느낄 수 있다. 하산은 정상에서 마을 도둑골로 내려가는 고개 같지 않은 치부재로 곧장 내려가거나 동쪽으로 능선을 따라가다 염티로 가는 능선갈림길 380봉에서 벌랏마을로 내려서는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면되지만 산길정비가 필요하다.

느린 느릿한 걸음으로 약초 천 냥, 한지 천 냥, 잡곡 천 냥으로 삼천 냥의 소득을 올렸다는 알부자 동네 벌랏마을을 돌아보는 즐거움도 크다. 마을에서 만난 이장님은 마을 뒤 샘봉산으로 오르는 치부재 산길을 올라 염티를 거처 문의로 중학교를 다녔다고 하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험로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찾아가는 샘봉산과 벌랏 마을길이다.
▲ 산 중턱에서 본 벌랏마을. 산으로 포근하게 둘러쌓인 전형적인 시골 풍경이다. © 편집부

/글·사진=송태호 '청주삼백리'대표

걷기길 : 문의 소전리 벌랏마을→한지 체험장(20분)→서낭당고개(20분)→샘봉산 남쪽능선, 354봉(40분)→샘봉산 정상, 분화구(40분)→샘봉산 동쪽능선(40분)→380봉 갈림길(20분)→소전리 방향 능선길(30분)→들길(30분)→벌랏마을 우물가. 순환형 걷기길(약 4시간 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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