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이라고 하면 그래도 가진 자들이 많이 사는 부유한 동네로 알고 있다. 사건의 가정 역시도 남들이 알고 있는 것과 별 다를게 없는 상당히 부유한 편에 속하는 안정된 가정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별다른 걱정 없는 가정이었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많은 일을 행하다 보면 한 가지 걱정은 생기게 마련이고 언제나 잘못된 한 가지가 불씨가 되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사건의 가정도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부족함이 없는 다복한 가정이었지만 한 가지 걱정이라면 자식 농사를 망쳐버린 것이었다. 유복한 가정의 외동아들이다 보니 건드리면 꺼질까 불면 날아 갈까하고 애지중지 키워 온 자식이 너무나 과잉보호가 되어 세상물정이라고는 전혀 모르고 혼자만의 온실재배로 성장하다 보니 귀한 것을 모르고 아래위를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혼자만의 독선주의에서 예의와 도덕은 아예 물 건너간 상태에서 성장하였고 풍부한 환경에서 아쉬움을 모르고 자라온 탓으로 생산적인 쪽으로는 보고 듣고 생각해 본 일이 없고 부모 잘 만난 덕으로 매일같이 방탕한 생활로 많은 돈을 물 쓰듯하고 불순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계획 없는 방종한 생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자식을 뒤늦게 발견하고 자식 놈의 장래가 걱정되어 때늦은 후회와 함께 대책을 모색하던 중 돈이 없으면 행동반경이 좁혀져 방종 된 생활에서 탈피하리라는 부모님의 안일한 생각과 함께 무엇보다 자식농사가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곡식 농사는 망쳐봐야 내년을 기약할 수 있지만 자식 농사를 망치는 날이면 기둥뿌리가 흔들린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 번 길들여진 방탕한 생활은 마약과 같은 것으로 부모에게서 돈을 긁어내지 못한다고 당장 집안구석에 파묻힐 그런 청년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부모 자식 간에 잦은 충돌이 빚어졌고 평화로운 가정이 나날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쑥대밭이 되어 같다. 젊은이는 부모에게서 당장 돈줄이 끊기고 보니 어울리던 친구들에게서까지 냉대를 받아야 했고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가 상실되어 나름대로의 궁리를 모색한 것이 아버지가 없으면 집안에 있는 많은 돈과 재산이 상속권자인 자기 몫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자기 손으로 아버지를 살해한다는 계획아래 기회를 틈타 흉기로 아버지를 살해하고 살인강도의 행동으로 위장한 천인 무도한 행위를 하였고 아버지를 살해한 자식 놈은 살인죄가 얼마나 큰 벌을 받게 된다는 것은 알았는지 이를 살인강도의 소행으로 위장하는 태연함을 연출하다 결국은 경찰수사 망에 걸려 쇠고랑을 차게 된 사실이 우리에게는 입에 담기조차 무서운 천륜을 거역하고 도덕이 불타는 막가는 세상의 마지막 괴성이 귓전을 때리는 비참한 오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