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재ㆍ생활가전의 '싱크탱크'를 자부한다

오랜 세월동안 긴 시련의 터널을 지나온 사람이 있다. 어렵게 선택한 사업의 길이었지만 그를 기다리는 운명은 얄궂었다. 자신의 의지로는 극복할 수 없었던 갖은 아픔들, 지나고 보니 차라리 '인생의 보약'이었다. 그렇게 15년을 넘어온 중년남자. 회사 규모도 작거니와 보여줄 것도 변변찮다며 취재를 극구 사양했다. 그의 겸손함은 작은 것도 '침소봉대'하려는 오늘날, 충북 청원군 북이면의 한 농로를 거침없이 달리게 했다. 못자리 육묘상자를 비롯, 과일바구니 등 각종 농자재 등을 생산하는 (주)디엠테크 세림을 찾았다. <편집자 주>

▲농자재 생산 전문어체인 ㈜디엠테크 세림이 못자리용 육묘 상자를 제작하고 있다.


고향에서 imf 위기를 맞다



(주)디엠테크 세림(충북 청원군 북이면 장재리 424-3? 대표 송성용)은 최우수 설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수요자 중심의 생산시스템을 갖추추고 있는 세림은 특히 정보화시대를 맞아 물류에 대한 기초적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기업들의 물류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품질우선이라는 세가지 경영철학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세림의 역사는 15년 전인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조업체가 밀집된 경기도 부천에 터를 잡고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대우기전에 납품하는 전자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갖추고 풀가동에 나선 세림은 수억원을 들여 생산라인을 갖추고 정교한 제품을 출시한다.

그러나 이같은 안정적 분위기도 잠시. 국내에 몰아닥친 imf 시련은 그동안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중소제조업 세림에게 납품업체의 줄도산과 대금 미회수는 한마디로 절망 그 자체였다.



농부의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다



굽이굽이 산으로 둘러싸인 충북 진천의 한 농촌마을에서 태어난 송성용 사장(46)은 어려서부터 농사일에 매달려야 했다. 소꼴을 베고 농번기 부모를 도와 농사일을 도맡았다. 그것이 세림의 생산품목을 농자재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

"가장 자신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전자제품에 대한 경험을 쌓았지만 제가 잘할 수 있겠다 싶은 건 역시 농사였습니다. 자신있는 일을 하는 것만이 어려움 속에서 안정된 사업을 전개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죠."

세림은 1995년 고향인 충북 오창으로 회사를 옮기면서 농자재로 생산품목을 전환한다. 이곳의 대표품목은 육묘상자와 과일상자, 팔렛트 등 각종 플라스틱 제품.

특히 육묘상자의 경우 농촌이 고령화 시대로 접어드는 사회적 현상에 착안, 적은 힘으로도 모판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일반 육묘상자의 경우 상자 안에서 자라는 모의 뿌리가 상자 밑바닥의 통기구멍을 통해 빠져나가 논바닥에서 모판을 들어 올릴 때 큰힘이 들어가던 터였다. 하지만 세림의 육묘상자는 통기구멍을 최소화해 물이나 공기는 유입되면서도 뿌리는 뻗어나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노인들도 손쉽게 모판을 옮길 수 있다. 이러한 편리함으로 세림의 육묘상자는 충북에서 사용되는 모판용 육묘상자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품목이다.

과일의 부딪힘을 방지함으로써 보다 신선하게 품질을 유지하게 하는 과일 팔렛트 또한 세림만의 기술력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현재 사과와 배, 복숭아, 포도 등 과일 팔렛트 종류의 다양화는 물론 과일의 크기를 선별해 가장 적합하게 포장할 수 있는 크기도 다양하게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비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과일 선별화 등에 적극 대응하는 기초가 되고 있다.

이밖에 고객의 선호도에 맞춘 금형제작과 조경자재, 접이식 박스 등은 세림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21세기 무한경쟁의 시대 속에서 기업의 물류를 책임지는 파트너 세림의 경쟁력은 제품설계에서 금형제작, 사출기 제작, 생산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13200여㎡(약 4000여평) 부지에 건평 3300㎡ 규모의 생산라인을 갖춘 이곳에서는 농사와 관련된 웬만한 자재구입이 한꺼번에 해결된다. 금형설비와 300t의 사출성형기(플라스틱을 찍어내는 판) 12대를 가동하면서 연매출 10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세림, 여름? 겨울철 비수기 속에서도 기계의 80% 이상을 가동하는 노하우가 여기에 있다.



예리한 관찰력이 신제품 개발의 원동력



송 사장은 매사 사물을 바라볼 때 그냥 지나치는 게 없다. 어찌보면 발명가 수준을 넘어서는 예리한 관찰력은 새로운 제품출시로 이어진다.

요즘은 자동수납이 가능한 신발장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이 자동수납 신발장은 업소용과 가정용으로 나뉘는데 현관바닥에 설치된 자동인식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신발의 위치를 감지, 신발장 안으로 자동으로 옮겨놓는 방식이다. 사계절 가장 쾌적한 온도로 신발장 내부온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적외선 장치를 통해 신발소독까지 가능하다. 업소용이 빈곳을 스스로 찾아 정리하는 것에 비해 가정용은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버튼을 눌러 정리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현재 마지막 실험단계를 거친 다음 제품출시를 최종결정할 방침이다,

송 사장은 이에 앞서 전자동 미니세탁기에 대해서도 2005년 특허를 출원해 놨다. 이 미니세탁기는 최근 독립세대가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착안했다. 특히 대학가 원룸단지 1~2인 세대의 경우 세탁물이 많지 않아 대형세탁기를 가동할 경우 빨래감을 모아두어 비위생적이거나 적은 빨래를 대형세탁기에 세탁할 경우 물과 전력낭비가 심각한 점을 극복할 수 있다. 원심분리 탈수기능을 접목시킨 이 미니세탁기는 세탁시간 또한 1~2분이면 탈수까지 가능해 세면하는 동안 양말이나 수건, 속옷세탁까지 마칠 수 있다. 생활가전제품 시장의 일대변화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 이성아기자? 사진=노수봉기자


<회사연혁>


1993. 01. 디엠화학 설립(경기 부천)
산업용 플라스틱 사출 개시
1995. 01. 충북 청원군 오창면으로 이전
소형 사출성형기 제작
2000. 01. gr 획득
2001. 10. 세림 설립
2002. 02. 충북 청원군 북이면으로 확장이전
3000t 대형 사출성형기 도입 및 생산 시작
2002. 06. iso9001 인증획득
2002. 11. 한국산업안전공단 clean 3d 사업장 인증획득
2005. 05. 산자부 기술표준원 물류표준설비 인증획득
2005. 06. 충북중소기업청 벤처기업 획득
2006. 01. 디엠화학을 (주)디엠테크로 전환





미니인터뷰/ (주)디엠테크 세림 송성용 사장

신뢰만 있으면 어떤 고난도 극복할 수 있어요



"어려운 시절을 묵묵히 견뎌준 직원들이 가장 큰 재산입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가장 어려운 시절을 극복할 있었습니다."

송성용 사장(46)은 imf 당시 금융권의 원금상환 독촉이 빗발칠 때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생활고를 견뎌준 직원들이 가장 고맙다.

외환위기 당시 금융권은 (주)세림의 기술력과 회생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원금 전액상환을 요구했다. 가뜩이나 납품업체 도산 등으로 물건값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 부담과 절망은 고스란히 중소기업의 몫으로 돌아왔다.

세림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세확장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고향을 찾은 지 불과 2년 만의 일. 그동안 모아뒀던 재산은 기계장비에 톨톨 털어 넣었던 시절이었다.

이 어려움을 함께 견뎌준 게 바로 동료이자 직원들이었다. 몇 달째 임금이 체불돼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당시 저는 경영을 잘 몰랐습니다. 회사는 제 개인의 것이고, 직원은 그 노동력만큼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경영자는 월급을 지급에 것에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직원과 그들의 가족까지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고통의 시련을 견뎌온 송 사장. 그의 곁에는 고마움으로 새겨진 동료들과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굵게 패인 손주름 몇 개가 남았다. 세림의 가장 큰 재산은 직원의 소중함을 깨달은 데 있었다. /이성아기자 yi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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