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을 봤다. 여배우의 말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관상은 잘 몰라도 눈치 하나로 관상을 본다." 관상을 미신이라 치부하는 사람도 있는데 눈치라는 말에는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안색과 혈색, 눈빛 등을 통해 그 사람의 과거 행동과 미래를 예견하는 일이 어려운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예수의 모델을 찾고 있을 때 우연히 길 가는 청년을 발견, 모델이 돼 달라고 간청해 예수의 모습을 완성했다 한다. 그로부터 20여 년 후 예수를 팔아먹은 유다의 모델을 찾고 있을 때 그와 이미지가 흡사한 걸인이 눈에 띄어 모델이 돼주기를 청했을 때 그가 자신이 바로 20여 년 전 예수의 모델이었노라고 눈물지으며 고백했다 한다. 그 사람이 지나온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를 현재의 용모에서 알 수 있다는 말을 믿는다.

그리해 관상도 변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지선을 보며 내 몸 구석구석, 표정 하나하나를 살폈다. 관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언상이라 한다. 언어는 뇌의 아웃풋이다. 머리에서 생각한 대로 말이 나온다. 좋은 심상이 좋은 언상으로 발현된다. 심한 화상을 입어 얼굴이 일그러지고 손가락이 오그라들어 손가락 마디가 짧아졌음에도 더는 짧아지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제 손으로 입에 밥을 넣을 수 있어 감사하고, 문고리를 잡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밝고 낭랑한 목소리로 감사한 것들을 나열하는 모습을 보며 수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그녀가 왕처럼 귀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매일매일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기고 나니 세상에 의미 없는 것들이 없더라는 얘기를 들으며 내 얼굴을 바라봤다. 눈가에 부챗살 같은 주름이 있으니 내가 웃고 있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겠구나 생각해 봤다.

눈썹이 없으니 땀이 그대로 눈에 들어가 불편했고 귓바퀴가 없으니 머리 감을 때 물이 귀에 들어가고 팔꿈치 주름은 늘어나서 팔을 굽힐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는 말을 들으니 내 몸 모든 현상이 그냥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거칠고 주름진 피부를 쓰다듬었다. 예쁘장한 연예인이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않고 성형 수술과 이물질 삽입으로 결국 혐오스러운 모습이 돼 칩거함은 관상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과도한 수술로 눈이 안 감기고 입이 안 다물어진다는 사람의 얼굴이 모자이크돼 TV에 비친다. 타고난 제 모습을 가꿔 더 좋은 팔자를 만들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지만 관상만으로는 부족한 듯싶다. 심상과 언상으로 관상을 좋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인가. 좋은 관상을 갖기 위해 밝은 색 분을 바르고 볼연지를 살짝 바른다. 거울을 보고 빛나는 웃음을 만들어 본다. 이 표정으로 눈치껏 하루를 또 지내보리라. 곱게 늙었다는 덕담을 하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로 답한다. 이만큼 사는 것이 관상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하루가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 심상과 언상 때문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