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올 한의원 원장 박 성규

요즘 감기 환자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평소 감기에 쉽게 걸리던 사람은 물론 건강했던 사람들도 때 아니게 고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약자는 감기에 걸리면 오랫동안 고생하거나, 증상이 개선되더라도 기침 가래 등 후유증이나 합병증으로 더욱 고통 받기도 합니다. 근래 감기 환자가 많은 것은 계절이 정상 기후에서 벗어나 신체 손상이 크기 때문입니다. 가을은 맑고 건조하여 여름 장마의 습기를 말려야하나, 올 가을은 맑은 날이 적고 오히려 비가 자주 왔습니다. 겨울이 예년에 비하여 포근한 편이나, 체내에 습기가 과도하게 축적되어 상대적으로 풍습의 침입을 받기 더욱 쉬워졌고 한 번씩 추위가 찾아오면 체력손상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이때를 틈타 감기 바이러스가 우리의 몸을 침투합니다. 몸에 쌓인 습기는 체력을 손상하여 감기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기침 가래의 원인이 됩니다. 내년 일월 중순이후에 강추위가 시작되면 감기환자는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감기의 원인은 바이러스라고 알려졌으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기력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는 항상 존재하나 언제나 질병을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기력이 손상되어 바이러스에 저항할 힘이 없을 때 질병으로 나타납니다. 주변 국가의 침입은 항상 있어왔지만 우리가 강건할 때는 그들의 침략이 전혀 문제시되지 않다가 지도자가 무능하고 부패하면 일거에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는 것과 유사합니다. 나라의 명운이 주변국가의 침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강건함에 달려있듯이, 감기 또한 몸과 마음의 굳건함에 달려있습니다.

감기는 오한과 발열이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이 외에도 체질과 병증의 경중에 따라 머리가 아프거나 팔다리가 쑤시거나 목이 붓고 아프거나 기침과 가래와 같은 병증을 겸하기도 하며 시일을 끌면 다양한 병증으로 변합니다. 감기는 체력이 손상되었을 때 발병하는데 감기 자체가 체력소모를 더욱 가중하므로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합병증으로 발전되거나 지병으로 남기 쉽습니다. 특히 겨울철은 추위가 맹렬하여 감기 기운 또한 매우 독하므로 더욱 유의해야 합니다. 모진 환경에서 살아남은 바이러스는 모질게 독한 법입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초기에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처 한의원에 방문하여 침, 뜸 그리고 한방감기약으로 다스리면 대부분의 경우 하루나 이틀 만에 완쾌될 수 있습니다. 다른 대증치료를 시행하면 증상은 완화되나 감기 기운이 오래 지속되거나 안으로 장부와 골수에 이르러 지병이 되기 쉽습니다. 한방치료와 겸하여 집에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평소 몸이 차가운 사람은 생강차를 진하게 다려 먹는 것이 좋습니다. 생강차에 흑설탕이나 꿀물을 타서 같이 마셔도 좋습니다. 예민한 여성들은 감기 초기에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쑤시듯이 아프기 쉬운데, 이럴 경우에는 대파를 뿌리채 깨끗이 씻어서 생강과 함께 다려 차처럼 마셔도 좋습니다. 평소 열이 있는 경우에는 배를 먹어도 좋습니다. 목이 아픈 경우에는 소금물을 진하게 하여 입과 목을 헹굽니다. 특히 잠들기 전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소금물로 헹구면 불편한 증상이 대부분 가라앉습니다. 목이 불편하면서 가래가 있을 때는 도라지를 다려 먹어도 좋습니다. 민간요법은 『동의보감』에 기록된 내용 중에서 집에서 쉽게 대처할 수 있는 것들이 민간에 퍼진 것이므로 상당한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요법 또한 체질과 병증에 따라 정확히 시술해야 하므로 먼저 한의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고 더불어 생활지도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감기에 걸리면 무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활동량을 줄이며 식사량도 줄여야 합니다. 인체 내부에서 감기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므로 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감기 걸리면 억지라도 식사를 많이 하시는 분이 있는데 좋지 않습니다. 소화하는 것 자체가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므로 인체의 기력을 더욱 손상하여 오히려 감기가 더욱 악화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감기 중에는 식사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소화 잘되는 음식으로 조금씩 먹거나 미음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성생활도 삼가야 합니다. tv, pc 또는 게임을 하는 것은 기력을 소모시키므로 삼가야합니다. 또한 가족 다른 사람들에게 감기가 옮겨지지 않도록 되도록 생활공간을 분리하고 음식도 따로 먹으며 수건 등 생활용품도 따로 쓰는 것이 전염을 예방합니다.

감기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체력을 키워 인체 스스로 바이러스에 대항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음식, 수면, 의복, 운동, 업무, 성생활 등에서 무리한 것은 없는지 살피고 이를 먼저 개선해야합니다. 무리한 부분이 있다면 기력을 보강하는 한방치료를 받으면 감기나 질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어진 재상은 나라가 어지럽기 전에 다스리고, 좋은 의사는 병들기 전에 예방합니다.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여 감기 없는 삶 영위하시기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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