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래 올해로 만 22년이 됐다.지방자치가 성년이 됐음에도 아직 미숙하다는 지방자치의 한계를 제천시의회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최근 제천시와 제천시의회 간에 벌어지고 있는 기싸움 형태를 보면 오히려 퇴보감을 느낀다. 시의회가 지난 4월 예산 승인을 거부한 제천창작클러스터 조성 예산 승인이 6개월 만에 번복되면서 집행부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처음부터 집행부가 사업을 다시 추진한다고 해도 예산 심의 과정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며 큰 소리로 경고했지만 결과는 헛구호로 끝났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집행부와 시의회가 협상과 양보, 타협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서로 흠집을 내기위한 기싸움으로 끝을 내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기초의원들의 처신을 둘러싼 시민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심지어는 자질론까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 시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처음부터 민생을 챙기기 위해 많은 예산을 쓸 수 없다는 명목에서 삭감을 주장했다면 이해되지만 누가 보더라도 처음부터 마치 떼를 쓰는 집행부을 버릇이라도 들이겠다는 싸움 처럼 유치하기 그지 없었다는 평가다. 일부 의원들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들으려고 하지 않고 시민들의 뜻이라며 서로 자기 합리화에 급급해 하는 모습까지 드러내고 있어 지방자치가 성숙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만큼 내년에 있을 선거에서 보다 신중한 선택을 하겠다는 분위기다. 그 어느 때보다 민선5기에는 탈 많고 일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많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의원들 간 아귀 다툼에 아수라장이 됐다는 한마디로 일축해도 무방할 것 같다.


- 신중하고 책임있는 처신


한 민간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 4월 사업 추진에 반대해 예산을 삭감했던 제천시의회가 불과 5개월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의아하다"면서 시의원들에게 신중한 처신과 책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시의회 상임위원회가 삭감한 사업 설계비를 하루 만에 되살린 예산결산위원회는 판단 근거를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면서 "시의원들이 어떤 소신으로 그런 결정을 했는지, 그 결과에 대해 어떤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시민들은 "주민들을 위해 봉사해야 할 의원들이 스스로 책임있는 처신을 다하지 못하고 위신을 땅에 떨어뜨리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며 "의원 각자가 공인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매사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많은 정치인들이 소신있고 책임있는 처신을 다하지 못해 구설수에 오르고, 곤욕을 치르고, 용서를 빌고, 급기야는 뒷무대로 쓸쓸히 퇴장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는 연말 시의회 정기회가 6대 임기의 마지막이 되는 만큼 시민들이 보다 성숙한 의정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시민들이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음을 경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박장규(제천주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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