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단어가 모여야 좋은 문장이 되고, 좋은 문장이 모여서 작품이 됩니다." 글을 처음 배울 때 들은 이야기다. 글쓰기 공부를 하면서 첫 궁금증은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일까?'였다. 책과 인터넷을 통해 좋은 글의 조건을 찾아봤지만 사람마다 기준과 견해가 달랐다. 그러나 그 중 공통적인 것이 있었으니 바로 '누구나 손쉽게 이해하고 읽기 쉬운 글' 이었다.

이후 내가 갈망하는 문장은 눈으로 읽되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그림이 그려지고 감동을 주는 그런 글이었다. 그런데 글을 쓰다보면 나의 주장과 과시욕이 앞서 때로 어렵고 생소한 단어를 찾아 쓰곤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의사 전달은 더 나빠져 오히려 낭패 보는 수가 많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요즘 일상에서 대화는 물론 인터넷이며 언론, 다양한 문화 속에 외래어가 넘쳐난다. 시중에 나도는 국적불명 영리상품들은 이미 그렇다 치지만, 공문서에까지 알 수없는 외래어가 등장하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까지 든다. 외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 사람으로서 새로운 단어 학습을 다시 시작해야 할 정도가 되지 않았나 싶다. 돌이켜보면 한글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발명품 중 으뜸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문자를 만듦에 있어 창제 이유가 분명하고 가장 쉬운 것이 한글이라고 한다. 세종대왕께서는 당시 특정 지배층만의 전유물었던 어려운 한자 대신 모든 백성이 쉽게 쓰고 읽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창제 초기에는 사대부들이 문자를 독점, 한글 보급을 방해해 문맹퇴치라는 대왕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560여 년이 지난 지금에야 온전히 실현됐으며, 전 국민이 자국의 문자를 읽고 쓰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고 한다. 거기에 지식 혁명시대를 맞아 더욱 쉽게 적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문자로써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한글 전성시대에 새로운 문맹현상이 생기고 있다. 표현력이 가장 좋은 한글을 제쳐두고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외래어와 신조어 때문이다. 특정계층만 알 수 있는 낯선 단어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마치 조선시대 양반층의 전유물처럼, 현대의 지식인들도 의도적으로 외래 문자를 점유해 차별화하는 것 같아 보기에 씁쓸하다.

지난 9일은 공휴일이었다. 바로 567돐 한글날, 23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돼 한글 문화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풍성하게 열렸다. 한 때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취소되는 수모를 겪었고 영어 몰입교육까지 주장하던 때를 생각하면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역사를 입시 과목으로 채택했고, 한글날까지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우리의 자존심이 제자리를 잡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미래에는 우리 글 좋은 말이 국운융성의 문화적 주체가 되길 기원해 본다.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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