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축구대회가 단양에서 열렸는데 우리학교에서도 5학년 남자부가 경기를 했다. 작년에 충북교육청에서 지원해 조성된 인조잔디구장이 매우 쾌적해 경기를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일각에서 과도하게 문제 제기를 하며 우려하는 인조잔디의 폐해는 거의 없다. 넘어지면 화상을 입고 유해물질이 막 생겨서 운동하는 학생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된다고 여기저기서 떠들던 이야기들은 괜한 트집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걱정이 없어 좋다.

두어 시간이 지나면 뽀송뽀송해져 활동하기에 어려움이 전혀 없다. 잘 그어진 직선주로와 곡선주로는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맘껏 달리기하며 경주하기에 그만이고, 제대로 만들어진 축구장 라인은 하늘 높이 축구공을 차올리며 시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지난 2년간 우리 학교 어린이들은 이런 우수한 인조잔디구장 덕분에 참 많은 체육활동을 했다. 먼지 하나 날리지 않는 운동장에서 아침마다 전교생이 국민체조나 플래시몹을 한 뒤에 건강달리기와 줄넘기를 실시하고 있다. 일부러 축구를 가르칠 필요가 없었다. 인조잔디구장이 잘 조성돼 있으니 아이들이 즐겁게 공을 차게 됐고 그 중 잘 차는 아이들을 선발했더니 팀이 꾸려졌다. 그냥 공만 내주면 됐다. 아이들은 이미 머릿속에 텔레비전에서 본 유명 선수들의 발재간을 그리고 있었고 잔디가 좋으니 그것을 흉내내며 따라했다.

몇 가지 기술의 시범을 보여주면 자기들이 작전도 세우고 팀워크를 익혀갔다. 아이들은 너나없이 뒹굴뒹굴 운동장을 구르며 티 없는 꿈을 펼치고 있다. 엄마가 새 이불을 만들어 놓으면 솜 뭉친다고 야단맞으면서도 일부러 뒹굴고 씨름하며 체력을 키우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인조잔디는 학교 전체의 환경을 쾌적하게 바꾸어 놓았을 뿐 아니라 아이들의 사고방식도 산뜻하게 변화시켰고 축구에 대한 그림도 저절로 그려지게 만들었다. 축구 불모지였던 우리 학교는 이제 하루종일 축구공이 하늘 높이 올랐다가 떨어지는 경쾌한 소리로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가슴 속 답답한 스트레스를 모두 토해냈다. 자신감이 부쩍부쩍 생겨 얼굴이 밝아졌다.

교실과 복도에서 산만하게 뛰거나 떠들던 아이들의 과격한 행동들이 운동장에서 녹기 시작했다. 체육활동이 학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입증이라도 하듯 성적이 올랐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동아리축구팀이 군 대회에 출전했다. 5학년부, 6학년부, 여자부 우승이라는 성적표를 가져왔다. 아이들은 물론 담당교사도 놀랐다. 그냥 즐기며 한 건데 이렇게 성적이 좋을 줄 몰랐던 것이다. 올해는 5학년 남자부의 기량이 뛰어났다. 도 대회가 열렸다. 3위! 이제 더 이상 순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축구를 통해 능히 이길 힘이 생겼다. 이 대회를 준비하며 우리 모두는 내내 행복했다. 그리고 인조잔디구장에 감사했다.



/이진영 매포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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