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한 품새
어린 시절 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 꽃잎을 따서 여덟 개 중 네 개를 하나 건너 하나씩 떼어내고는 공중 높이 던지면 빙글빙글 돌면서 내려오는 모습에 환호성을 질렀었다. 손으로는 높이 못 던지니 조금 높은 나무나 바위 위에서 던지며 친구와 누가 더 많이 돌면서 늦게 내려오나 경주하던 기억에 웃음이 절로 난다. 그러나 이 꽃잎이 이토록 아름다운 건 가을하늘을 닮아서다. 긴 무더위와 장마와 태풍을 이겨낸 가을하늘은 참으로 푸르고 높은데 그 색깔이 바로 흰색이면서 흰색이 아닌 듯하고 푸른색이면서 푸른색이 아닌 듯하여 코스모스와 기가 막히게 똑 같은 것이다. 코스모스는 그래서 가을하늘 아래에 있어야 코스모스다. 더러는 이상 기후로 인해 한 여름에도 보는 경우가 있으나 그 때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코스모스는 질서다
만물은 다 제자리에 있어야 어울린다. 지금의 세상을 광기의 시대라고 한다. 모두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나댄다. 세상 사는 기준이 없어지거나 희미해지는 바람에 제각기 자기 옳은 대로 살기 때문에 멋대로 돌아가고 있다. 도덕과 윤리와 양심이 없다. 법과 규칙을 막 어긴다. 어른들이 크게 날뛰니 아이들이 덩달아 따라 한다. 큰 소리 치면 이기고 삿대질 하면 이긴다. 꽹과리 치면 이기고 머리띠 두르면 이긴다. 하긴 자연도 제 철을 모르고 봄꽃이 여름에 피는 게 있고 여름꽃이 가을에 피기도 하며, 분명 여름꽃인데 한 겨울에 버젓이 피는 녀석도 있으니 말하면 무엇하리. 가을이 익어간다. 사람은 모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해를 정리하여 열매를 거두고 싶어 한다. 열매는 겸손하고 정직하며 성실하게 시간을 보낸 사람만이 거둘 수 있다. 겸손과 정직과 성실은 질서를 지킬 때 가능하다. 코스모스는 질서란 뜻이다.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는 질서를 지켰기에 찬바람이 불면 이 꽃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다.
/이진영 매포초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