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대학 캠퍼스 생활 최악의 꼴불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1위는 조별 과제를 할 때 수고없이 묻어가는 조원으로 인격이 의심되는 교수보다 학생들로부터 더 많은 미움(?)을 받고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조별 활동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형평성에 있다. 여러 명의 학생들이 함께 활동을 하다보면 그 중에서 분명히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을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때로는 열심히 해도 그 자체가 문제과 갈등을 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회 생활 또한 조별 활동의 연속이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팀원들과 함께 주어진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협력해야 한다.


- 협력해야 하는 사회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크고 복잡한 일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현재 미국에서도 초, 중, 고등학생들의 교육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능력 중에 하나가 바로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과 이를 위한 소통이다.

올바른 소통 없이는 제대로 된 협력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 과정이나 교수 자료를 개발할 때에도 그룹별로 활동하고 토의하는 형태의 수업이 많이 포함된다. 이러한 활동이 학교 수업에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다. 세미나나 워크샵에 참석을 해도 절대 빠지지 않은 것이 그룹 토의다. 협력과 소통을 통해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특정 집단 전체뿐만 아니라 개인의 역량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내가 절대 손해를 보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이나 다른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불만 때문에 스스로의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소통하는 능력


이기심과 욕심을 잠시 접어두고,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나의 그릇을 키우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나의 모습으로부터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반추할 수 있다.
그리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주도적으로 참여해 기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강점을 다른 사람들에게 부각시키는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반면,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고 그 과정에서 그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부족함을 채워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어릴 때 부터 지식 습득이 강조되고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고 성숙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그룹 활동의 결과는 과제의 우열에 대한 점수를 넘어서서 협력의 점수이기도 하다.

개개인의 상황과 성향, 가치관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지 않는 그룹 과제는 험난한 여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룹 활동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는 만큼 그 과정이 힘들고 복잡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과 합의 하에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범을 설정하고 스스로에게는 이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성숙한 방식으로 소통함으로써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워야 할 것이다.



/이지영 미국 미시간대 연구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