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유혹에도 시 한 편 안써
꼭꼭 숨겨졌던 '문단의 보물'

1918년 보은 회인면서 3남으로 태어나 <br>조선문학에 게재한 '목욕간' 으로 등단 <br>휘문고 재학 중 정지용에 詩 사사받아 <br>'절정의 노래'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br>도종환 시인, 삶·작품세계 연구·재조명 <br>문학관서 해마다 백일장 등 행사 열어

오장환 시인은 1918년 충북 보은군 회인면 중앙리에서 4남 4녀중 3남으로 태어났다.

유년시절의 그는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이었으며 귀염성이 있는 모습이었다고 전해진다.

회인공립보통학교 입학후 안성공립보통학교로 전학하여 그곳에서 졸업했다.

휘문고 재학시절인 1933년 11월 '조선문학'에 '목욕간'이란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1936년 '시인부락' 동인으로 참가하면서 서정주, 이용악과 함께 30년대 후반의 한국 3대 시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1948년 월북하기 전까지 '성벽', '헌사', '병든 서울', '나 사는 곳' 등 4권의 시집을 발간했다.

월북한 후에도 '붉은 깃발'이라는 시집을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4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 문단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천재 시인이었다.


▲ 충북 보은군 회인면에 있는 오장환 문학관에 복원된 오장환 생가는 아담한 초가와 각종 꽃들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편집부


그의 시 세계는 세 가지 경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성벽'과 '헌사'에서 보여주는 모더니즘 지향과, '나 사는 곳'에서 보여주는 향토적 삶을 배경으로 한 서정의 세계다.

이후 '병든 서울'에서는 사회 변혁을 열망하는 프로레탈리아 문학을 지향했다.

오장환 시인은 휘문고등학교를 다닐 때 옥천 출신의 정지용 시인을 만나 시를 배웠다.

휘문고등학교 문예반에서 정지용과 함께 활동을 하며 교지에 '아침','화염'과 같은 시를 발표했다.

이어 휘문고 재학중 조선문학에 목욕간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박두진 시인과는 안성초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서정주, 김광균, 이육사 등과도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청주에서 친일파 민영은의 후손들이 청주 도심에 있는 토지에 대해 반환 소송을 제기해 말썽을 빚은바 있다.

일제 강점기에 많은 인사들이 친일파로 일본 앞잡이 노릇을 했지만 오장환은 단 한편의 친일시를 쓰지 않았다.

서정주, 김춘수, 이광수, 김동인, 유치진, 노천명, 최남선 등 유명 문인들이 모두 친일의 시와 소설을 썼지만 오 시인은 4권의 시집을 발간하는 등 활발한 문학 활동을 하면서도 친일시를 쓰지 않은 것이다.

그는 신장병을 앓으며 궁핍하게 해방을 맞이하지만 새로운 국가건설에 대한 꿈과 열정을 담은 '병든 서울'을 발간하며 문학을 통해 현실 참여를 선언했다.

이 시집은 '해방기념 조선문학상' 최종 후보작에 오를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 '절정의 노래'는 당시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광복 후 40여 년간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았던 그는 1988년 월북 문인에 대한 해금조치가 이루어지면서 그의 문학세계를 연구한 논문과 전집, 평론, 시집 등이 발간되었다.

충북 출신 도종환 시인은 오장환 시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 오장환 문학관에 세워진 '나의 노래' 시비. © 편집부


또 보은군은 2006년 총사업비 8억3000만원을 투입해 전시관 299.2㎡와 생가 73.52㎡로 구성된 '오장환 문학관'을 건립했다.

오장환 문학관에는 오장환의 친구들인 이육사, 김광균, 서정주, 정지용, 박두진, 이중섭 등의 사진이 있으며 휘문고 교지에 실린 초기 시, 방정환 선생이 만든 '어린이'에 발표한 동시, 조선일보에 발표한 시, 이육사에게 보낸 친필 엽서, 해방 후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시 등이 전시되어 있다.

오장환 문학관은 영상실, 문학 사랑방, 오장환 문학의 재발견, 시인 오장환, 해설이 있는 시집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해마다 10월 오장환 문학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문학제에는 백일장, 시그림 그리기대회, 시낭송 대회, 문학 강연 등이 열려 보은을 비롯하여 오장환을 사랑하는 전국의 문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문학관 옆에 아담한 생가도 복원되어 있다.

초가에 아름다운 돌담이 인상적이며 봄과 가을에는 갖가지 꽃들이 만발한다.

옥천의 정지용 시인과 함께 충북을 대표하는 시인인 오장환 시인은 34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지만 우리 문단에 한 획을 긋는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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