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지역 고교 평준화 시행여부를 결정할 여론조사가 이르면 11일부터 지역 중학교 1학년생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실시기간은 12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찬성률이 65%를 넘어서 고교 평준화가 확정되면 현재 중1학년생이 고교생이 되는 오는 2016년부터 시행된다.

천안지역 고교 평준화를 놓고 한 편에서는 외국어나 과학고와 같이 지역에 인재를 유치할만한 대안도 없이 평준화가 이루어지면 인재의 외부 유출을 막을 수 없고, 그동안 지역 명문으로 명맥을 유지해 온 일부 고교와 졸업생들이 학교의 위상이나 전통이 허물어지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상당하다.

다른 편에서는 사교육에서 벗어나고, 입시 지옥에서 헤매는 학생들에게 경쟁부담을 주지 않는 등의 이유로 찬성을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고, 각자의 논리를 들어보면 다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인재의 외부유출을 막을 만한 방법이 없고, 평준화가 돼도 사교육비 감소와 입시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는 여전히 고민해볼 문제다.

올해 천안시가 새내기 9급 공무원 73명을 선발했다.

합격자 가운데 44명은 천안지역 거주자가, 29명은 외지인인 것으로 알려졌고, 합격자 전체를 통틀어 10명 중 4명은 천안지역 6개 고교 졸업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있는 현상은 천안 거주 합격자들의 출신고교를 살펴보면 전체 22개 고교 가운데 10개교만이 합격자를 배출했다.

합격자를 배출한 10개 고교를 살펴보면 A여고가 9명으로 가장 많고, B여고 8명, C고 6명, D고 3명, E여고 2명, F고 1명으로 소위 지역 명문고로 불리는 이들 6개 학교에서 천안거주 합격자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개교 연수가 짧은 G고와 H고는 각각 2명씩, I고 2명, J고 1명으로 나름대로 선전했고, 이들 고교들은 아파트단지와 신흥 개발지구에 위치해 향후 명문고교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고, 실제 해마다 무섭게 성장해 기존 명문고들을 위협하고 있다.

소위 지역명문이라는 6개 고교출신 학생들이 지역 합격자의 66%를 차지한 것은 아직도 이들 학교 출신들이 지역사회를 버티고 갈만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하는 실정이다.

이들이 고등학교를 입학하기 위해 중학생 때부터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 성적을 올리고,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입시지옥을 견뎌 냈으며, 입학 후에도 경쟁관계 속에서 살아남아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 나가 이 사회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천안시청 공직 내부를 들여다보면 과거 명문이었던 천안농고 출신들이 퇴직한 이후 천안고와 중앙고 출신들이 현재 주요 요직에 포진해 있고, 이어 북일고 출신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물론 특정 고교 출신자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에 몇 명이 근무한다고 해 그 학교를 명문여부로 판단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들 학교출신들이 타 중앙부처나 각종 공기관, 기업 등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고교 평준화에 대한 찬반은 중학교 1학년생과 학부모들의 판단의 몫이지만 찬반조사까지 온 시점에서 갑갑해서 한 번 끄적거려 봤다.



/천안주재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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