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해 보진 않았지만 보고 들은 얘기만으로도 그녀는 늘 씩씩하고 활기찬 동료였다. 넘치는 긍정의 에너지가 다른 직원에게 파급되어 그녀가 근무하는 사무실을 늘 광이 나는 능력 있는 직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밝은 모습 반대편에 몹쓸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것은 나중에 안 일이었다. 길지 않은 생을 살았기 때문에 그녀의 삶에 반은 공직생활이었다. 어쩌면 그녀는 지금의 병을 얻기 전부터 비슷한 싸움은 늘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만만치 않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는 웃음으로 묻었기에 몰랐지 않았을까. 그녀와 맺은 짧은 인연도 그렇지만 핸드폰에 단 두 줄로 남긴 작별 소식이 삶을 더 허허롭게 만든다. 집을 나섰다. 오전의 따사로움과 달리 바람이 일고, 푸르던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가득 채워졌다. 해지는 황혼인지 대낮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마음을 초겨울의 날씨가 대신하고 있다. 플라타너스 잎들이 쉼 없이 낙엽이 되어 맴돌다 길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도시의 거리를 이리 저리 휩쓸리다 마침내 바람이 머물지 않는 구석진 곳에 차곡차곡 쌓인다.
한 여름 정열을 받쳐 누리던 무성한 가로수의 영화가 다 부질없었다는 듯 몸체에서 이탈하여 관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도 이제 바람이 없는 편안한 곳에 자리 잡았을까? 지난 주 산행을 하다 내려오는 길에 편백나무 숲을 걸었다. 소문에 듣자니 P도 어느 편백나무 숲에서 휴양한다고 들었다. 밝은 모습으로 건강하게 돌아올 줄 알았는데, 11월의 추위처럼 갑자기 찾아 온 이별소식은 참 아프다. 행우문학회에 잠시 머물며 남긴 그녀의 글에서 지나간 삶 한 모퉁이를 되돌아본다.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좋은 건 좋은 것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못한 것으로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우리들의 삶에 여유도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지 싶다.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