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는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여도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보다 몇 곱절의 소득이 되어야 하고 모든 복지시설이나 공공기관들이 농촌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분산(分散)되어야 하고 우리들이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시골 농사꾼이 부러울 정도가 되어야 하며 도시 처녀들이 시골 총각에게 시집 못가서 안달이 날 정도의 그날이 와야 하며 또한 머지않아 그런 세월이 꼭 찾아오리라고 믿는다. 흙을 소중히 알고 가꾸는 사람은 인정이 풍부하고 성품이 온화하며 자신보다는 이웃을 보살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이처럼 흙은 인간에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고 생명을 부지(扶支)할 수 있는 식량을 제공하였으며 인간의 진리를 깨우쳐 주는 위대한 스승이라는 것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들은 이처럼 소중한 땅을 병들게 하고 겁 없이 훼손하게 된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무덤을 파는 것과 다를게 없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욕심이 있다. 노력에 비하여 많은 댓가를 바라게 되고 살아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빗나가고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면 자신을 비관(悲觀)하게 되고 세상을 원망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는 소인배들도 있고 농사일을 천직(天職)으로 알고 땀 흘리며 일하고 작은 수확에도 감사할 줄 아는 농사꾼의 진실한 삶도 있다. 우리들의 식탁에서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하는 갖가지 수입식품들이 자라는 세대의 구미(口味)에 맞추게 된다면 머지않아 신토불이는 이 땅에서 설 곳을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보리밥, 된장국도 없어서 못 먹던 지난날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진 많은 음식들을 앞에 두고도 음식 맛이 있느니 없느니 하면서 음식투정이나 부리는 복(福)에 겨운 우리의 변질된 식생활 문화가 이것저것 한두번 찍어보고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해야 하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음식들이 엄청나지 않는가. 옛말에도 밥상 앞에서 음식 까탈 부리고 인상 찌푸리는 사람 중에는 잘 사는 사람 없고 후덕한 훌륭한 인물은 동서고금을 통해 한사람도 없다고 하였다.

사골 뙤약볕에서 진종일 일하고 보리밥에 물 말아서 짜디짠 김치, 깍두기 한 가지도 꿀맛이었던 초라한 식단에도 감사할 줄 아는 우리들의 훌륭한 선인(先人)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오늘날에는 크게 먹는 걱정 않고 살아가는 것이며 그렇지 않고 우리의 선인들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와 같이 음식을 함부로 버리고 음식투정이나 하였다면 하늘이 노하여서도 오늘 같은 풍요로운 세상을 우리에게 선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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