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4월 20일

한나라당이 최근 공직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그 개정 내용이라는 게 참 황당하다.

지난 2002년 대선 패배가 마치 법과 제도의 잘못 때문이었다는 듯 상식선을 넘어선 '금지조항'들이 허다하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제1당의 체면이고 뭐고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겠다는 투다.

한나라당 정치관계법 정비특위는 그제 tv나 라디오가 소속 정당이 다른 대선 후보들의 단일화 토론을 방송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인터넷 포털 등은 대선 120일 전부터 선거와 관계있는 단어를 인기 검색어에 포함하지 못하도록 했다. 앞서는 선거 기간 중 촛불시위를 금지하는 안도 내놨다. 이 밖에 많은 개정안들이 규제투성이다. 국민 수준을 얕보는 오만한 발상이다.

다른 정당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열린우리당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군사독재 시절의 보도지침이라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은 '단순 무식한 방안'이라고 폄하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학계에서도 집회·결사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임태희 의원은 "민심을 얻는 선거에서 모든 것을 규정을 통해 규제하려는 것은 또 다른 행정만능주의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종구 의원은 "대통령선거를 무효로 한다는 것은 현실적 가능성 측면에서 당이 너무 심하게 나간 것 같다"고 했다.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피해의식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2002년 대선 당시 '병풍 조작사건' '효순이 미선이 사망관련 촛불 시위' 등은 틀림없이 한나라당에는 악재였다.

인터넷과 젊은 누리꾼들 때문에 졌다는 얘기도 나왔다. 더욱이 '병풍' 등 3대 의혹사건은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억울했을 것이다.

그러니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알만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법과 제도로 모든 것을 막으려는 것은 유치하다. 재고해야 한다.

당내의 "지금도 이런데 정권을 잡으면 오죽하겠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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