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어른보다 더 깊은 병이 들어 있다. 지식인이 흔히 갖는 우환의식을 흉내 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자주 만나는 이웃 사람이 그러하고 가까운 지인이 그러하고 학교 현장에서 매일 만나는 학생들이 또한 그렇다. 우리가 겪었던 40~50년 전의 절대빈곤은 이미 벗어난 지 오래다. 그토록 염원했던 쌀밥에 고깃국을 맘껏 먹게 됐음은 물론 너무 먹을 것이 많아 살 찔 것을 염려해 다이어트 하기에 바쁘다.

유치원생부터 비만을 걱정하는 시대가 돼 학교급식 식단은 양보다 영양가를 치밀하게 따져가며 짜야 항의를 받지 않게 됐고, 각종 비만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학교도 많다. 참으로 잘사는 나라가 됐다. 그런데도 마음은 너도나도 더 가난해지고 삭막해졌다. 배는 부른데 행복하다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정신이 병들어 있기 때문이다. 정신이 병드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인터넷을 많은 학자들이 꼽고 있다.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노출돼 있기 때문에 마치 방독면 없이 가스실에 들어간 형국이어서 피폭된 영혼이 시들시들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 중독된 사람들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고립돼 있다는 점이다. 곁에 사람이 있어도 대화가 되지 않고 혼자 인터넷에만 몰두하게 된다. 국민들의 인터넷 중독은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로 훨씬 심해지고 있다.

그렇게 중독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비해 이에 대한 대책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국가는 이들을 교육, 훈련, 치유하는 일에 전심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터넷중독치유사업지원에관한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됐다. 중독자 치유에 컴퓨터나 게임 산업체들이 수입 중 일정 비율을 출자해 치유활동을 돕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이다.

지금에라도 그런 법안이 제출되고 있는 사실이 퍽 긍정적인 일이라 여겨진다. 이에 발맞춰 제일 먼저 할 일은 유해 사이트 차단이다. 연령에 제한을 두지 말고 전 국민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이를 차단해야 한다. 정신이 병들면 육체는 금방 시드는 것인데 이것은 정신을 병들게 하는 최첨단 무기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인터넷 게임이나 인터넷 도박보다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 제공이다. 먼저 곁의 사물들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관심을 가지면 말문이 열려 대화를 하게 된다.

특히 자연 속에서 나무와 곤충들과 대화를 나누고 놀이와 노동에 땀을 흘리며 참여하면서 인터넷이나 게임이 아닌 다른 일에서도 자기성취를 이룰 수 있음을 체득하도록 한다. 인류는 오랜 세월 자연 속에서 사냥하고 걷고 달리고 땀 흘려 노동하며 공동체를 이뤄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삶이 DNA 속에 입력돼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병든 상태에서 회복하려면 본래적 삶의 방식에 가깝게 되돌아가야 한다. 부모와 학교, 기업과 정부가 뜻을 모아 인터넷 강국, 게임 왕국이 치유 왕국에까지 이어지도록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이진영 매포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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