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정서가 깃든 옛날 주막은 사라지고 호화스럽고 값비싼 음식점이 거리마다 즐비하고 소문난 식당이면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는 실정이다.

어떤 고급식당에 가서 보게 되면 모든 치장물(治粧物)이 수입 자제로서 내실은 돈 칠 값을 하고는 엄청난 음식 값을 청구하는 기업형 식당이 있고 이런 곳은 대부분이 음식재료에서부터 각종 집기들이 모두 외제로 판을 치고 그나마 종업원을 비롯하여 사람은 국산인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될는지 이런 곳에서 고급요리에 술이나 한잔 걸치게 되면 모르긴 해도 말단 공무원 한 달 치 봉급정도는 쉽게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가진 자들이 흥청거리면서 과시적으로 출입하는 곳이겠지만 어디 서민들이야 그토록 호화스러운 곳에 대한 꿈이라도 쉽게 꾸겠는가. 이처럼 고급스럽고 값비싼 음식들은 사람들이 삼키는 량보다는 버리게 되는 음식들이 훨씬 많기 마련이다. 남겨진 음식들은 다시 손질되어 비위생적으로 두 번 세 번 식단에 올라타거나 아니면 쓰레기로 버려지게 되어 주위 환경은 물론이고 아름다운 강산을 병들게 하는 커다란 원인 제공이 되는 것이며 쌀 한 톨을 얻기 위해 피땀 흘리면서 농사일에 일생을 묻어 온 순박한 농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넣은 세계의 어디를 다녀 봐도 우리처럼 다양하고 많은 음식들이 식탁을 가득 메우는 음식문화는 찾아보기 힘들고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을 선호하는 호화판 음식문화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우리들이 먹지 않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음식들이 돈으로 8조원에 달한다고 하면 우리의 삶의 방법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며 새로운 음식문화를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되어야한다.

머지않았던 과거에는 보리밥 한 그릇에 짜디짠 김치 한가지면 그것으로 한 끼 식사를 거뜬히 하고 냉수 한 사발 들이키면 재벌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부른 배를 두드리며 포만감에 만족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음식문화는 정말 심각할 정도로 요란스럽다. 어느 누구를 가릴 것 없이 몸에 좋다고 하면 주머니 사정이야 뒷전이고 천리길이라도 달려가서 먹고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그들이 먹는 보신음식들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혐오식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비위를 거슬리게 하고 별것도 아닌 것이 엄청난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이 지구상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생명체는 개(犬)를 먼저 생각할 수 있고 개는 주인을 알고 인간이 할 수 없는 여러 가지를 대신하는 우호적(友好的)인 동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개고기를 즐긴다. 개를 도살하는 과정도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해치운다. 그렇게 도살된 개고기가 우리가 말하는 보신탕으로 복(伏)날이 되면 보신탕집 앞에는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꼴불견이 연출되고 있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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