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박광호·편집부국장

선거잔치가 끝났다. 잔치라고 표현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정치권에서는 정권교체가 있었고, 국민들은 민심의 결과로 나타난 그 정권교체 과정을 지켜봤다. 보기 드문 이벤트였다.

이번 선거도 과거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자기의 표심을 누구에게 줘야할 지 몰라하는 부동층이 기세를 부렸다. 이 때문에 투표율은 63%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 꺼달라"



그만큼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정치권을 향한 불신이 극도에 달했다는 얘기다. 선거 당일 충북 청주 가경동 투표소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찍을 사람이 없어 일부러 무효표를 만들려고 두 사람을 찍었다"고 주저없이 불멘 소리를 쏟아냈다.

충북은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과 교육감을 뽑았다. 투표 양상은 다른 지역과 별차이 없이 '몰빵'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등과의 차이를 531만 표로 벌려 1, 2위 간 격차 역시 역대 대선 중 최고였다.

호남권을 제외한 전국 곳곳에서 이 당선자는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그 이유를 이념과 노선, 세부적인 정책 판단에 앞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달라는 민심의 표현이라고 해석들을 한다.

bbk 사건으로 불려지며 선거운동 기간 내내 떠들썩했던 개인의 흠, 도덕성 시비도 이런 대세를 바꿔놓지 못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 중 가장 큰 걸로 경제 살리기가 우선 꼽힌다. 정당이 추구하는 바가 어떻고, 선진미래가 언제 어떤 식으로 오고 같은 것은 그 다음이다.



나 편하게 해주는 게 최고



오죽하면 한창 분위기가 돋을 송년회나 모임에서 선거 얘기를 꺼내면 "술맛 떨어진다"며 서로 말 꺼내기를 주저했을 정도다. 그래서 후보를 선택하는 가장 큰 평가 잣대로 삼은 게 '나 편하게 해주는 것' '우리가족 얼굴 주름살 펴주는 정치'였다.

당선자 측에서는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자신들의 정권을 '실용정부'라고 이름 붙였다.

충북을 비롯해 울산과 경남, 제주에서 있었던 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다. 충북의 이기용 당선자는 60.25%의 득표율로 상대방을 여유있게 제치고 재선 고지를 탈환했다.

특히 이번 교육감 선거는 과거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만에 의한 간접선거가 아니라 전체 유권자의 손으로 뽑은 직접선거였다. 그만큼 선거 자체의 판이 컸고, 당선자의 위상도 올라갔다.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자가 모두 기호 2번이라는 것도 화제거리다. 온갖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게 선거판인데 국민 정서상 같은 기호라 하더라도 2번이 좋다는 그럴듯한 소리는 오래전부터 나왔었다.



선거 무관심층의 선택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아쉬운 판에 이왕이면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후보와 같은 2번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지난 11월 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기호 2번을 차지하기 위해 '유령후보'를 세울 수도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가상도 흘러나왔었다.

이름의 가나다 순에 따라 기호가 주어지는만큼 다른 후보를 내세워 자기가 2번이 된다는 얘긴데 그러다 서로 후보 앞세우기를 하다보면 출마자가 여럿 나올 수 있다는 경박한 추측도 나왔다.

그렇지만 유권자들은 '현직'을 택했다. 현직 교육감을 다시 뽑은 것은 공약을 비롯한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공약 비교하는 것도 귀찮고, 투표하는 것도 싫은 선거 무관심 층의 '그래도 현직이 낫지 않겠느냐'는 냉소심리도 없지않아 있을 것이다.

이제 공은 당선자에게로 넘어 갔다. 대통령 당선자는 '실용정부'에 걸맞게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하고,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 교육감 당선자는 유권자 심중을 헤아리는 교육을 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그 와중에 잘 뽑았다"며 선거잔치를 치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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