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으며 모두의 생명체들은 그 자체를 보존하기 위하여 먹고 살아가는 방법은 틀리겠지만 먹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는 공통된 삶의 원칙이 있다.

우리는 흔히 말하기를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가 아니면 먹기 위해 사는 것인가를 두고 사랑방 잡담처럼 답이 없는 논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은 어느 한쪽에도 아무런 비중을 둘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체는 먹어야 하고 먹어야 만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고 생명체가 유지되므로 모든 활동이 진행된다. 이렇게 반복되는 과정이 삶의 굴레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얻어지는 크고 작은 수확이 힘을 비축하게 되는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원천적(源泉的)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인간이 존재하고 있는 지구상에는 원시림에서 이름 모르게 자생하고 있는 작은 풀벌레로부터 고도(高度)의 지능으로 화려한 생활을 즐기는 인간이라는 우수한 생명체가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은 너무나 계산적인 삶을 만들어 가는 이기주의적인 무거운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인간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이 땅은 모든 생명체들에게 골고루 분배된 삶의 터전인 것이지 유독 인간에게만 주어진 독점 재산이 아니다. 소중히 가꾸고 보살펴야 할 이 땅을 더럽히고 병들게 만드는 장본인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다른 생명체들이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비열하고 포악스러운 생명체로 저주(詛呪)하게 될 것이다.

리는 넓은 지구상에 조그마한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명함을 가진 땅위에서 모두들 나름대로의 삶의 터전을 가꾸면서 등 따습고 배부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한 핏줄을 이어받은 가까운 우리 형제들이 북녘하늘 아래서 우리의 본의가 아닌 제3자들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만들어진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굶주림에 텅 빈 배를 부둥켜안고 이 세상에 태어난 자신들을 원망하면서 긴 한숨의 여운을 남긴 체 세상에서의 종말(終末)을 고하는 딱한 북한 주민들의 거렁뱅이 생활을 우리는 한번쯤이나마 생각해 보았는가. 여기에서 지금 우리들이 먹고 즐기는 식생활 문화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냉정한 판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같은 하늘 아래서도 어떤 사람들은 복에 겨울 정도의 풍족한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강냉이 죽 한 그릇도 먹지 못해 뼈와 가죽이 맞붙은체로 인간으로서의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마저 상실한 체 기약 없는 내일을 기다리며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수 없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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