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와인' 세계인 입맛 사로잡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이육사의 '청포도' -





우리나라 포도의 주산지 충북 영동.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은 터질 듯하던 푸르름을 어느새 정리하고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대지(大地)의 품 속에서 깊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 중심에 와인코리아가 있다. 질 좋은 국내산 와인을 개발,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와인 매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바로 그 곳을 찾았다. <편집자 주>

1차산업을 6차산업으로 전환



(주)와인코리아(대표 윤병태? 충북 영동군 주곡리)는 1996년 폐교를 개조해 제조공장을 만들었다.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유럽의 성 모양으로 꾸민 것이 이채롭고 시음장에는 이곳에서 생산하는 각종 와인들이 전시돼 있다.

폐교를 개조해 와인 제조공장으로 사용하는 이곳은 외국의 와이너리처럼 근사한 분위다. 국내에서 와인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지 한눈에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에 학생과 와인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와인코리아㈜는 영동의 1차 포도산업을 2차 가공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 2004년 영동군이 제3섹터 방식으로 출자한 군민기업이다. 현재 자본금 60억원, 총자산 100억원 규모로 성장한 이 회사는 연매출액만 43억원이 넘어 전국 각지에서 성공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영동에서 생산되는 포도를 원료로 와인을 만드는 이곳은 5년간의 실패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난 1998년 '샤또마니'라는 브랜드를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그해의 첫 와인인 '누보'를 만들어 출시하기도 했다. 와인코리아에서는 현재 드라이한 레드와인과 스위트한 레드와인, 화이트 와인 등 모두 세 가지 종류를 생산하고 있다.

연중 12~14도의 토굴숙성이 맛의 비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가장 인상 깊게 여기는 곳은 와인을 저장하는 토굴이다. 와이너리에서 승용차로 7분 거리인 이곳은 원래 일제강점기 당시 탄약저장용으로 쓰이던 토굴이었다.

1년 내내 12~14℃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와인을 저장하기에는 최적의 조건. 영동에는 현재 이런 토굴이 10여 곳 정도 발견됐는데 그 중 3곳이 와인저장고로 활용되고 있다.

토굴 속으로 들어가면 와인이 발효되면서 발생하는 시큼한 냄새가 제일 먼저 확 뿜어져 나온다. 한쪽에는 와인이 가득 든 오크통(나무로 만들어진 포도주통)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다른 한쪽 면에는 10만병 정도의 와인병이 빼곡하다.

그 와인병 위에는 숙성기간만큼의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다. 사실 이것은 먼지가 아니라 일종의 알코올 곰팡이. 시간과 함께 와인이 숨을 쉬고 있음을 직접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와인저장고는 예약된 단체 방문객에게만 개방한다. 개별방문시 단체 방문객과 일정을 맞춰야 와인저장고를 볼 수 있다.

와인은 포도즙에서 나온 물, 당분이 알토올로 발효되면서 생기는 에탄올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드라이 와인의 경우 알코올 도수는 12~13도 정도, 와인의 재료인 포도에는 포도당과 과당이 함유되어 있으며 와인의 유형에 따라 함유량도 다르다. 드라이 와인에는 과당이 소량포함되어 있어 거의 단맛을 느낄수 없는 반면, 스위트와인은 과당 때문에 달콤한 맛을 즐길수 있다.

와인의 성분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폴리페롤, 씁쓸한 맛을 내는 타닌과 와인 컬러의 근원이 되는 안토시안이 바로 폴리페놀이다.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레드 와인을 식사중에 하루 1~2잔 정도 마시면 심장 혈관에 좋다는 연구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반기문 un사무총장과 외교사절 건배주로 채택



샤토마니는 지난 5일 문화관광부가 미국 뉴욕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과 각국 외교사절 등을 초청해 마련한 '코리아 스파클링 인 뉴욕 2007' 행사에서 건배주로 사용되는 등 이 회사 와인이 최근 국내? 외에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 소비되는 '캠벨어리' 품종이나 'mba(마스켓베리에이)'를 이용해 달콤한 맛을 살린 것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와인'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낸 비결이다.

이 회사의 연간 와인 생산량은 750t에 달하고 매출액도 지난 2004년 25억여 원에서 2006년 43억여 원으로 2배 이상 급신장하고 있다. 특히 웰빙 트랜드와 맞물려 와인소비가 확대되면서 해가 갈수록 매출이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병태 대표(50)는 "내년에는 6차산업의 일종인 와인스파와 와인펜션 등 영동에 와인밸리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지난 영동곶감축제에서 와인족욕스파를 시범운영했다"고 밝혔다. /영동=박병훈기자





인터뷰/ 윤병태 대표

와인은 정직과 열정의 땀방울이 이뤄낸 결과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입니다."

와인코리아 윤병태 대표(50)은 기후나 토양이 포도 재배 최적지인 영동지역에서 생산한 포도만을 엄선해 네추럴 와인 양조방법으로 만들어 품질 면에서 대한민국 최고라 자부한다.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품질 좋은 와인을 중심으로 6차 산업개발로 세계최고의 와인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 입맛과 우리 음식에 맞는 와인을 만드는 것이 경쟁력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와인은 하늘과 땅과 인간의 정직과 열정으로 만들어 진다는 것. 사계절이 뚜렷한 청정지역인 충북 영동은 개방화? 세계화 시대에 맞설 수 있는 전략전술의 토대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그것이 바로 자체개발한 브랜드 '와인코리아'와 '샤토마니'로 탄생했다.

윤 대표는 영동지역의 자연환경을 관광자원화 해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농촌체험관광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와인스파, 와인팬션 등도 계획하고 있다. 판매망 확보를 위해 현재 60개 대리점을 오는 2008년에는 100개로 확충하고, 향후 2년 이내에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정직한 열정이 또 하나의 신화를 창조해 나가고 있다. /영동=박병훈기자





<회사연혁>

1994 가양포도주실험(민속주방법, 옹기항아리이용)

1995 와인제조기술 유럽연수(프랑스,이태리)

유럽형 정통와인 독자양조 성공

1996 영동포도가공 영농조합법인 설립

1997 과실주 제조 면허 취득 (면허번호302-1-00066)

시제품 1,000l 생산

1998 와인공장 설립 (충북 영동군 양산면 죽산리 18-1)

와인의 공장방식 생산기술 개발 (영동대학교 산학 컨소시움)

1999 저온저장고 신축

2000 품질관리및 양도기술개발 공동연구(한국식품개발원)

2001 영농조합법인 와인코리아로 명칭변경

영동읍 주곡리 44-1번지로 회사 이전

2002 i.s.o. 9001 품질인증 취득

2003 주류 와인 음료박람회 베스트와인수상

2004 와인코리아(주) 농업회사법인 으로 상호변경

농업인조합에서 군민주식회사로 전환

2005 샤토마니 누보 출시(11월)

2006 전국 62개 대리점 영업 시작

생산라인증설/공장증축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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