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모든 것이 새출발이라서 의미가 깊은데 특히 천주교 사제가 탄생하는 달이어서 더욱 뜻깊다. 2014년 사제서품식에서 다섯 분의 사제가 사제품을 받았다. 이 분들은 바로 다음 날 출신 성당에서 생애 첫 미사를 집전했다. 마침 집에서 가까운 수곡동 성당의 김 가브리엘 신부 집전 첫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은퇴하신 대선배 신부님이 휠체어를 타고 참석해 자식 같은 김 가브리엘 신부에게 덕담을 주시는데, 신부의 길은 두 가지에 초점이 있어야 한다고 엄숙히 타이르신다.

첫째는 미사를 철저히 준비, 깊은 묵상을 통해 인격자로서 신심이 흘러넘치도록 하고 둘째는 기도의 중요성이다. 고백성사가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부담이 되곤 하는데 고백소에 들어온 겁먹은 신자를 절대로 혼내지 말고 부드럽게 타일러야 도망가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아 웃음바다를 이뤘다. 그러고 보면 신학교 시절보다 더욱 힘들고 인내가 요구되는 사제의 길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긴긴 고뇌의 시간을 건너왔음에도 신부님은 16세 소년처럼 청순하고 어려 보인다. 미사 도중 울먹이며 간간 눈물을 훔치느라 모두가 거룩함이다. 물론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몫을 입고 태어나 그 길을 가도록 허락됐다고 한다. 그런데 지도자의 길에 들어서려고 하면 그 생명과 죽음까지도 바칠 각오가 있어야 한다. 예수님은 가장 낮은 모습으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고 가장 험하게 십자가 형틀에서 죽음을 맞이하셨다. 오로지 사람을 위해, 사랑 때문에 헝겊조각 하나 두르고 고개는 숙이신 채 밤낮없이 매달려 있다.

왜 그럼에도 모든 이는 그 앞에서 머리 조아리며 흠숭하고 모든 것을 드림을 아까워하지 않는 것일까? 다가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리고 있다. 그 중 많은 후보들이 글을 엮어 책으로 선을 보이는 열풍이 불고 있다. 얼마 전에도 이기용 교육감님의 출간기념회가 있어 책을 구해 읽어봤다. 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셨을 때 서울 명동 성당을 찾아가 조문한 이야기에 감동했다. 충북교육을 위해 늘 바쁜 중에도 몇 시간을 기다려 추기경님의 관에 손을 얹고 문상을 하셨다는 것이다. 필자도 천주교 신자로서 그 해 가을용인공원묘원을 찾아가 추기경님께 참배를 드리려다가 길을 헤매다 해가 저물어 묘원 앞에서 발길을 돌린 사연이 있어서다. 앞으로의 4년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징검다리다.

후보자 아닌 선거권자들도 학연, 지연, 생활 속의 가까움 같은 차원에서 모두 벗어나야겠다는 깨달음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충북 도민 모두가 승자가 돼야 하기에 후보자 또한 자기 성찰에 삼고초려가 필요하다. 내가 과연 출마해야 할까? 도민을 위해, 학생을 위해 지도자로서 뚜렷한 비전은 준비돼 있는가?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진정 도민을 위한, 학생을 위한 모든 것이어야 한다. 그런 후보자의 길은 청마를 타고 영원히 열릴 것이다. 모든 것을 예비하고 아낌없이 내 놓으신 예수님처럼, 그를 따르는 겸손한 어린 신부님처럼.



/박종순 회인초 교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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