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옛 말이 있다. 늙은 말의 지혜로 해석되는 이 말은 '한비자(韓非子)' 세림(說林) 상편에 나온다. 춘추시대 오패의 한 사람이었던 제나라 환공 때의 일이다. 어느 해 봄 환공은 명재상 관중과 대부 습붕을 대동하고 고죽국을 정벌했다. 그런데 전쟁이 의외로 길어지는 바람에 그 해 겨울에야 끝이 났고, 혹한 속에 지름길을 찾아 귀국하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전군이 진퇴양난에 빠져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말했다. "이런 때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老馬之智可用也).

즉시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리고 전군이 그 뒤를 따라 행군한 지 얼마 안 되어 큰길이 나타났다(乃放老馬而隨之 遂得道行)." 노마지지란 바로 여기서 나온 말로, 노마식도(老馬識道) 또는 노마지도(老馬知道)라고도 한다. 거창하게 고전을 인용한 것은 오는 18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충북도 김진식 정무특보 때문이다. 중기지원센터본부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그는 지난해 이맘때 이시종 지사의 부름을 받고 정무특보에 임명됐다.

사실 정무특보라는 직책은 궁여지책에서 나온 자리였다. 정무업무를 담당했던 정무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이름과 역할을 바꾸면서 생긴 정무업무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만든 일종의 별정직인 셈이다. 때문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많았다. 기존 조직에서 하던 일을 과연 '돌아온 노병'이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일각에서는 보수성향의 그를 영입한 것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줄곧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진보성향 코드인사에 초점을 맞춰왔던 이 지사가 왜 뜬금없이 보수성향 인물을 발탁했는지 저의가 궁금하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어찌됐거나 기대와 우려 속에 정무특보에 임명된 그는 어느덧 취임 1주년이 됐고, 그에 대한 평가는 대내·외적으로 '상종가'를 치고 있다. 업무 특성상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어폐가 있지만 도청 분위기를 보면 매우 잘 한 인사라는 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 중간관리자는 "다른 기관과의 업무협의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 특보께서 오랜 경륜에서 우러나는 조언을 해 줘 위기를 넘긴 경우가 많다"고 말할 정도로 김 특보의 존재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심지어 이 지사가 민선 5기 들어 실시한 외부인사 영입 사례 가운데 최고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그에 대한 평가는 후하다. 공직사회에서 높은 자리에 가게 되면 아니 할 말로 칭찬보다는 욕을 먹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그에 대해서는 칭찬일색이다. 비결을 묻자 그는 "욕심을 내려놓고 입장 바꿔 생각하면 안 될 일이 없다"고 했다. 새삼 공복(公僕)의 자세를 단순 명료하게 정의한 그의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왜일까.



/김정호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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