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 달이 됐다. 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AI 소식에 화들짝 놀랐고, 우리 지역에도 발생해 숨가쁜 한 달을 보냈다. 가슴을 졸이며 버텼지만 끝내 발생해 비통스럽다. 우여곡절 논란 속에 위험지역 감수성 동물의 살처분을 마쳤다. 현장을 보지 않아도 텅 빈 공간 속 허전함이 눈으로 보듯 선하다. 구멍 뚫린 마음에 겨울 찬바람이 숭숭 훑고 지나간다. 그간 수차례나 겪으면서 덧난 상처가 언제 치유될까 싶다. 결국 사람들을 위한 조치였다지만, 안타깝게 희생된 동물에게 죄스런 마음도 잊혀지지 않을 업보가 될 것 같다. 피로에 지친 육체와 정신력을 가다듬고 사태 마무리를 위해, 심기일전 마음을 다시 곧추세웠다.

한 달 동안 살처분에 동원된 1772명, 통제초소에 매일 투입되는 510명의 직장 동료와 군경, 민간인, 자원봉사자분의 도움에 보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감사를 드려야겠으나 숫자로만 기억해야 하는 현실에 송구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함께하는 충북이라는 말이 실감났던 기간이었다. 남의 일일 수도 있었지만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고통을 나누는 모습에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얻은 뿌듯한 마음은 불행 속에 얻은 자랑이었다. 다행히 우리 지역에 더 이상 축가 신고가 없다. 하지만 전국적으로는 아직 진행형이다. 우리 지역을 포위하듯 풍세천, 원주천에 이어 미호천에서 잇따라 AI바이러스가 확인된 것도 걱정이다.

논란이 있지만 철새가 사태의 원인이라고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가금류의 AI는 결국 사람이 매개한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사람의 신발이나 차량으로 농장에 전파된다는 점을 겸허하게 되돌아 보아야 할 점이 아니겠나 싶다. 원인을 직시했다면 지금이라도 해결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곳곳의 철새 서식지에 당분간 출입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농가에서도 철새를 탓하기에 앞서 내 농장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농장 소독을 매일 해 줄 것을 당부한다. 그렇다고 소독하는 것이 방역의 전부는 아니다. 외부 통제에는 엄격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적용하는 방역조치는 관대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오염원이 아닌지 되돌아보자. 외출 후에는 신발과 작업복은 바꾸는 것이 사소하지만 방역의 기본이고 가장 효과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이제 방역과 보상비용을 조달하는 큰 문제가 남았다.

지방재정의 어려운 사정도 그렇지만, 지난 구제역 사태를 계기로 1종가축전염병에까지 지방비 분담을 적용한 제도개선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발생농가는 그렇다 치더라도 예방적 살처분까지 지자체에 재정부담을 지우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재정이 약한 농촌지역에서 구제역과 AI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분담에 국가가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의 법 테두리 영역에서 충분히 가능한 만큼 같은 문제점을 반복하지 않고 지방과 상생하면서 피해농가에 희망 메세지를 주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현명하게 판단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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