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 중 '누려'라는 코너가 있다. 가난하게 살던 부부가 부자가 돼 어느날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는데,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오면 갑자기 같이 일어나 그 사람보다 더 큰 각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기도 하고, 부자가 되기 전의 직업에서 몸에 익혔던 동작들을 '몸이 기억한다'며 그대로 답습해 웨이터를 당황하게도 한다. 이전의 불편했던 습관을 버리고 지금의 편한 생활을 누리라고 해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의 모습을 본다.

성경에서 모세가 430년 동안 노예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해 시나이산으로 향하던 중 드넓은 광야에서 그들이 저지르는 언행은 참으로 이상하다. 이집트를 탈출할 때 10가지의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고도 단 사흘만에 목이 마르다는 이유로 지도자를 원망하며 다시 이집트로 돌아가자고 한다. 몸이 이집트에서의 생활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우 30~40년 익힌 직업의 습관도 몸이 기억하는데, 400년 넘게 살던 곳에서 익힌 습관은 뼛속까지 스몄을 것이고 자식에게도 대대로 이어져 왔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관습과 전통이라 생각해 소중히 여기기도 하며 특히 긍정적인 일을 이룬 동력이었다면 역사적 산물로 자랑스레 물려주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임의로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숫자만큼 다양한 형태로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모두 다른 경험이 축적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새로운 경험들이 쌓인다 해도 여전히 우리의 몸과 영혼은 태어날 때의 것을 기억한다. 우리의 이전 것은 참으로 아름다워 보기 좋았었다.

세상의 여러 자극으로 인해 많이 변해 버렸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좋지 않은 쪽으로 더 많이 변해 왔지만. 우리는 그런 우리의 모습이 잘못된 것인 줄도 모르고 본질을 젖혀두고 껍데기를 치장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다. 특히 학생들은 공부하는 이유를 몰라 젊은 날을 아프게 보내기 일쑤다.어디에서 와서,왜 살며,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등의 인생에 대한 해답을 제대로 알려주는 매체가 없어 허상을 쫓으며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제는 본질을 가르쳐야 한다. 다행인 것은 우리의 영혼과 육체가 이전 것을 기억하고 있으므로 교육으로 이것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DNA는 태어날 때의 기억을 철저히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가르쳐 줌'을 통해 다시 본래의 모습을 기억해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감동적일 때 더 빠른 속도를 낼 것이다. 교육은 인간의 본질을 기억하고 있다.



/이진영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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