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정책 발표에도 좀처럼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매매 가격이 요동치는 것도 그렇지만 전세 구하기가 힘들어졌고 월세는 초과 공급 현상을 보이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기간이 종료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를 선호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전세 수요가 넘쳐나면서 전세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게 된다.

집 주인 입장에서는 월세를 좋아한다.

은행에 목돈을 넣어 두어봤자 금리가 너무 낮아 큰 재미를 볼 수 없어서다.

전세 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니, 급한김에 돈을 써버린 집 주인들은 그 돈을 마련하느라 애를 먹는다.

어쩌면 집 주인에게는 빚과 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서 너도나도 월세를 내놓게 됐고 월세 공급이 초과하면서 월세가격이 내려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8개 시·도 월세가격을 조사해 봤더니 전월과 비교해 0.2% 내려가 11개월 연속 하락했다.

감정원측은 계절적인 비수기 때문에 수요는 줄고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지속되면서 공급이 초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월세 가격은 각각 0.2%, 0.1%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강북은 대학 수요 때문에 11개월 만에 보합을 보였고 강남은 구조적 수급불균형이 원인이 돼 하락세를 나타냈다.

경기도는 대부분은 하락했고 인천도 전반적으로 내렸다.

지방 역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대부분 지역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월세가 떨어지면서 오피스텔들은 비상이 걸렸다.

하락하는 속도만큼 수익이 떨어지게 돼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민들에게는 월세가 떨어졌다는 뉴스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월세가 떨어질 정도로 월세가 많아졌다는 현상이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

그 정도로 전세가 없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전세 시대에서 월세 시대로 부동산 시장이 변모했다는 말도 된다.

그렇지만 이 같은 현상을 뒤집을만한 대안도 딱히 없어 보인다.

저금리 구조하에서 부동산 소유주들의 재테크가 마땅치 않은 현실이 결국 집없는 서민들의 고통지수만 높이는 결과를 생산하고 만 것이다.



/이정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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