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등록원부만 건네주고 간 경우 '유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은 속칭 뺑소니 사고를 규율하는 법이다.

뺑소니 사건은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업무상과실치사상이나 중과실치사상의 죄를 범한 차의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사건을 말한다.

달리 표현하면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현장을 벗어나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구호조치, 피해자의 사상 여부에 대한 인식, 현장 이탈 등은 어떠한 정도를 의미하는지 실제 상황에서는 판단하기 어려워 곤경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이와 관련된 판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구호조치와 관련된 판례를 보면, 운전자가 사고 직후 자기 차량으로 피해자를 자기 집으로 데려 가고 운전자의 부모가 즉시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 입원케 하였다면, 사고 후 입원까지 다소 시간이 지체되었고 사고운전자가 직접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한 것이 아니더라도 뺑소니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어린이를 다치게 하고 약국에서 응급조치하였어도 사리분석력이 없는 어린이의 '괜찮다'는 말만 믿고 가버린 경우는 신원확인도 안해 주고 의학지식 없는 아이를 병원에 후송하지 않은 것이므로 뺑소니라 본다.

사망의 경우는 사고차량의 운전자가 사체 안치, 후송 등을 위해 병원과 경찰관서에 연락 또는 신고를 하는 등 필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하는 것이 도주다.

판례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다 준 뒤에 피해자나 병원 측에 아무런 인적사항을 알리지 않고 병원을 떠났다가 경찰이 피해자가 적어 놓은 차량번호를 조회해 연락을 하자 2시간 뒤 파출소에 출석한 경우 뺑소니로 보고, 피해자들을 자기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간 뒤 접수창구 의자에 피해자들을 앉히고 병원 직원에게 교통사고 피해자들이라고 말했으나 자신이 가해자임은 밝히지 않고 병원을 나가서 사고낸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한 경우도 뺑소니로 보았다.

또한 사고 야기자의 신분을 확인하기에는 불충분한 자동차등록원부만을 피해자에게 주고 현장을 이탈한 경우에도 뺑소니라고 보았다.

피해자의 사망이나 부상에 대하여 어떤 정도의 인식이 필요한지에 관한 판례를 보면,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당한 사실을 안다는 것은 그 인식의 정도가 반드시 확정적인 인식임을 요하지 않고 미필적인 인식이면 족하다고 한다. 즉 사고 운전자가 치고 가는 순간 피해자가 아마 안다쳤을거야라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이와 동시에 '혹시 다쳤다 해도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했다면 뺑소니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뺑소니에서 말하는 치상의 정도에 관하여 판례는 도주운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에게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생명·신체에 대한 단순한 위험에 그치거나 형법상의 상해로 평가될 수 없을 정도의 극히 하찮은 상처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그로 인하여 건강상태를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뺑소니가 아니라고 본다.

판례는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시일 경과에 따라 자연 치유될 정도이고 실제로 피해자가 치료를 받은 일도 없고 단순한 통증만 있었던 경우는 형법상 상해라고 보기 어려워 뺑소니가 아니라고 본다.

피해자와 경찰관이 자신의 차량번호를 알고 있더라도 반드시 성명과 연락처가 포함된 인적사항을 알려주고 피해자 구호조치를 하여야 하며, 피해자 스스로가 괜찮다고 가버린 뒤 곧바로 뺑소니 신고를 하는 파렴치한 사람도 없지 않으므로 찜찜하다면 경미하더라도 경찰관서에 사고 신고를 하는 것도 예방법이 될 것이다. <무료상담 : 제천 ☏ 644-4080>

/장진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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