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분명한 목소리 내겠다"

[충청일보 정현아기자]충북경실련에 전국 경실련 역사상 첫 여성 사무처장이 탄생하면서 조직이 보다 섬세한 활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첫 여성 사무처장의 주인공은 바로 최윤정씨(49). 지난달 24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사무처장으로 임명 된 최 처장은 앞으로 3년간 경실련을 이끌어 가게 됐다.

인터뷰를 위해 총회 이틀 후인 26일 오전 사무실에 찾아가 그를 만났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가녀린 체구에 부드러운 말투로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를 보였던 그가 거친 시민운동 세계에서 이토록 성공 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이라는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소위 말하는 '이대 나온 여자'다."학교에서 남학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으니 힘을 써야 하는 일이나 궂은 일들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어요. 이 시기부터 독립적이고 당당해 지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그가 처음 경실련에 발을 들인 건 9년 전. 경력단절 여성으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이 곳의 문을 두드렸다.

"결혼 후 아기를 낳고 41살 쯤이었어요. 늦은 나이에 이 일을 시작하다보니 힘든 일도 참 많았죠. 그래도 매일 공부하며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응하고, 이슈를 만들고, 법을 바꿔내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어요."
지난 2011년 중소상인 살리기 운동으로 전국의 주목을 받은 그는 그 해 '동범상'을 수상했다.그에게 동범상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시민운동의 대부 격인 동범 최병준 선생의 뜻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상을 받은 것도 의미가 크지만 무엇보다 이 상을 기점으로 아이들이 엄마가 하는 일을 이해하고 응원해 주기 시작했어요. 제가 상을 받을 때 우리 딸과 아들이 왔었거든요."

그는 이두영 전 처장의 바톤을 이어받은 것에 대해 부담이 크다고 했다."이 전 처장이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을 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죠. 2000년까지 서울에서 살다가 청주로 내려온 저는 지역 연고도 없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시민운동은 연고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회원들과의 교감에 있어서 긍정적인 면도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경실련의 지난 20년을 회고하고 성찰하며 시민 중심의 새로운 조직으로 이끌어 갈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실련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묻자 인터뷰 내내 편한 미소를 짓던 최 처장의 생각이 많아보였다."경실련의 지난 20년 간 궤적을 보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해 왔어요. 많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큰 이슈의 운동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이니만큼, 그에 대한 저희의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충북경실련 사무처장 최윤정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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