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언제나 엉뚱한 것들을 좋아하는 것일까? 이렇게 하려고 하였건만 저러한 마음으로 달리고 저렇게 하려고 하였건만 이러한 마음으로 달리는 마음이다.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는 마음속에 마음이니 언제나 슬픈 그림자가 옆으로 줄을 서고 있다. 생각 같아서는 잊혀 질 수가 없는 추억의 영혼에게 현실의 냉엄함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마음은 언제나 생각과는 달리하는 모양이다.

나는 내가 누구인 줄은 잘 모르겠지만 마음은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고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잘 모르겠지만 마음은 알고 있다는 표정을 보인다. 그리고 언제나 현실 속에서 헤매는 생각은 마음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늘 상 마음을 탓하고 언제나 이상(理想)속에서 살아가는 마음은 생각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늘 상 생각을 탓하고 있으니 하루 종일 허리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며 마음이 상하고 정신은 혼미하여 지는 것이다. 그래서 참을 수가 없는 모욕을 참아도 보고 참을 수가 없는 고통을 이겨도 보지만 그렇다고 생각만큼이나 현실이 따라줄까?

현실은 언제나 냉엄하게 돌아가고 어쩌다 한번 씩 엉뚱한 기회를 만들뿐인데도 마음은 현실을 보지 못하니 참으로 답답한 것은 생각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생각도 어쩌면 마음을 부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처럼 가냘픈 소년에게 손을 내밀어 세상의 밝음을 이야기하고 싶고 마음처럼 거짓과 불의를 만났을 때에도 “너 그러지마”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세상을 모르는 마음이니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을 하여 버린다. 그리고 그가 올 때가 되면 오는 것이고 그가 와도 되겠다 싶으면 오는 것이며 그가 와야만 할 것 같으면 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마음은 마냥 기다리고 애태워하며 초조해 하니 안쓰럽기가 그지없지 않겠는가?

또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으며 색깔도 성격도 머리도 모두가 다르건만 살아가는 모습은 그만그만한 모습들이다. 하늘을 날으라 한들 하늘을 날으리요, 바람을 타라고 한들 바람을 타오리요, 그렇게 부자유스러운 것들이 사람의 모습이건만 부질없는 마음은 왜 그렇게도 불상한 것도 많고 화나는 일도 많으며 근심스러운 것도 많은지 모를 일이다. 또한 세상의 모든 일은 될 만하면 되는 것이고 이룰만한 일이면 이루어지는 것이며 올 만하면 오는 것이지 오라고 하여서 오는 것도 없고 되라고 하여 되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데도 부질없는 욕심과 성냄으로 타인을 시기하고 타인의 재물을 탐하고 있으니 어찌하여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하지 않으랴. 그리고 또 하루해가 넘어가고 내일이 오면 내일의 태양도 있으련만은 벌써부터 마음은 요동을 한다.

바쁠 것도 없고 급할 것도 없으며 거둘 것도 없을 텐데 내일이 오기도 전에 마음은 오늘밤에 왜 저토록 바빠야 할까? 다만 마음가운데에서 아름다운 미소가 있다면 미소가 결실이 될 것이고 꽃망울이 있다면 그 또한 꽃을 피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서둘러서 급하게 가려고 한들 몸마저 따라 줄까? 그렇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마음은 그렇게 한가롭지가 못하니 어떻게 달래야 할까 생각을 하다보면 막막하기가 끝이 없다.


그래도 마음은 언제나 다정다감하다는 사실이 “끝내준다”고 생각을 하니 괜시리 마음만을 너무 탓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마음보다도 생각이라는 내가 훨씬 바빴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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