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현연구관(국립중앙과학관)

▲경북 인동 시월동 초가토담집.

전통가옥은 초가집, 기와집을 말하는데, 그 구조적 특징으로 벽과 천장은 대체로 흙으로 되어 있으며, 지붕은 짚, 갈대, 나무 또는 기와로 되어 있고 한지를 이용한 창호지문을 사용한다. 또한 겨울 난방을 위해 온돌을 설치하며, 여름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 대청마루를 가지는 남방적 특징과 북방적 특징을 갖는 가옥 구조를 가지는데, 이러한 것은 우리나라 건축에만 있는 구조적 특징이다.

집이 앉는 자리는 남쪽을 향하여 햇빛을 많이 받으며, 집 뒤쪽에는 언덕 또는 작은 산이 있어 여름에는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풍향을 되돌려 반사풍으로 시원하게 해주고, 겨울에는 북풍을 막아 줌으로써 따뜻한 온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배치하였다.

전통가옥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난방과 냉방의 효과가 뚜렷한 이유는,

첫째로, 흙벽이 다른 재료에 비해 열전도가 월등히 낮아 실내의 열을 잘 보존하는 특성을 들 수 있고,

둘째로, 토담집은 시멘트벽집에 비해 복사흡수가 적어 더위를 피할 수 있는데, 태양 복사에 의한 실내 온도의 변화에서도 토담집이 시멘트벽집에 비해 온도 변화가 매우 느리게 나타나 이는 인간이 자연의 변화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인간의 생활을 쾌적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셋째로, 토담집은 시멘트벽집에 비해 습도 조절 효과가 뛰어남을 알 수 있는데, 습도가 높은 날에는 습기를 머금었다가 건조할 때 그 습기를 내어놓음으로써 습도 조절의 기능을 충분히 해냄으로써, 사람들에게 건강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한다.

넷째로, 전통가옥의 문은 한지로 만든 창호지를 붙여 사용하였는데, 대류에 의해 창호지 주변에 얇은 공기층이 형성되어 열 보존을 좋게 하여주고, 통풍에도 탁월하여 실내의 탁한 공기는 나가고 밖의 신선한 공기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흡수성이 좋아 실내의 습도 조절을 자연스럽게 조절해 주어 건강한 공간을 만들어 준다.

이처럼 우수한 선조들의 과학슬기가 담겨있는 전통가옥을 불편하다는 이유로써 없앨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선조의 과학적 지혜를 응용하여 새로운 건축기술로 발전시키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흙을 이용한 건축방법을 개발하는 것, 즉 골조는 철과 시멘트로 하되, 벽과 방바닥은 황토 흙을 이용하는 방법이 이루어지면, 현재 우리들이 심각하게 고민하는 건축폐기물 처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토담집은 자연의 재료를 잠시 빌어다가 긴 세월을 이용한 뒤, 그 기능이 다할 때는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인류가 만든 집 가운데 가장 이로움을 주는,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윤용현 연구관(국립중앙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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